영화 '슬램덩크', 누적 관객 수 167만
슬램덩크 인기에 '오픈런' 현상도
日 매체 "韓 관객, 깊은 메시지에 감동"
추억의 일본 만화 '슬램덩크'가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로 26년 만에 돌아오면서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슬램덩크와 함께 학창 시절을 보낸 3040세대뿐만 아니라 1020세대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심지어 일부 관객들은 더빙판과 자막판 등 다양한 버전을 보기 위해 'N차 관람'을 이어가고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日 애니메이션 국내 흥행 TOP5 등극
지난 15일 서울 한 영화관의 슬램덩크 홍보물 [사진출처=연합뉴스]
2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26일 기준 누적 관객 수 167만명을 돌파하며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국내 흥행 순위 5위에 등극했다. 이는 ▲너의 이름은(2017)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2021)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을 잇는 성적이다.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재관람 열풍도 뜨겁다. 더빙판, 자막판 등 두 가지 버전을 모두 관람하려는 관객들이 이어지면서 'N차 관람' 열풍이 계속되는 셈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도 재관람 관련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누리꾼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웃음과 감동, 눈물과 추억이 함께한 '슬램덩크'"라며 "변함없이 우리의 가슴을 끓게 한다. 다음에 또 보러 가야겠다"고 했다.
이 같은 인기에 유통업계도 미소를 짓고 있다. 영화가 개봉한 이후 농구용품 매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G마켓·옥션에선 농구화 판매가 488% 급증했고, 농구복(350%), 농구용품(92%), 농구가방(32%) 매출도 증가했다.
그런가 하면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슬램덩크 팝업스토어에도 오픈 첫날부터 굿즈를 사기 위해 몰려든 이들로 인해 북새통을 이뤘다. 일부 소비자들은 영하권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부터 슬램덩크 한정판 굿즈를 사기 위해 '오픈런(개점 전부터 대기하는 행위)'을 하기도 했다.
'슬램덩크' 인기에 日 매체들도 주목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슬램덩크의 높은 인기에 일본 매체들도 주목하고 있다. 일부 매체는 한국의 노재팬 운동을 언급하며 슬램덩크의 높은 인기에 대해 다루기도 했다.
일본 매체 '현대 비즈니스'는 '새해 초, 한국의 중년 남성들이 노재팬을 버리고 슬램덩크에 열광하고 있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일부 한국 커뮤니티에서는 영화를 소재로 연일 뜨거운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3040세대 남성은 학창 시절 '슬램덩크'를 보고 자란 세대"라며 "이들이 영화 호평을 한 것을 두고 아직 노재팬 운동을 하고 있는 누리꾼들은 기분이 상했다"고 지적했다.
노재팬 운동은 2019년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이후 반일(反日) 감정이 극대화되면서 전개됐다. 이로 인해 일본 패션기업 유니클로의 국내 매출이 떨어지고, 일본 맥주 수입량 역시 급감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불매운동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은 줄어들었고, 현재 노재팬 운동이 사실상 유명무실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한 영화관의 슬램덩크 홍보 영상.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또 다른 매체는 슬램덩크가 3040세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화라고 분석했다. 한류 관련 칼럼을 기고하는 고다마 아이코(?玉愛子)는 일본 매체 '프라이데이 디지털'을 통해 "슬램덩크 만화가 끝난 지 26년이 넘었으나 한국에서는 '기다렸다'고 말할 정도로 주목도가 높다"며 "작품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는 이들은 3040세대로, 과거 청소년기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이어 "내용을 모르는 젊은층도 부모와 함께 영화관을 찾은 덕분에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영화가 인기 많은 원인으로 '스포츠'라는 장르에 주목했다. 그는 "스포츠 감각 하나만으로도 영화를 볼 수 있다"며 "또 일부 한국 남성들은 2년 전 공개된 '극장판 귀멸의 칼날:무한열차편'처럼 깊은 메시지성이 있는 스토리에 감동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교도통신은 "인기 농구 만화 '슬램덩크'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며 "영화는 만화 원작의 명대사를 그대로 담아내 감동을 더 하는 듯하다"고 했다.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