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버밍엄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어느 정도 취할 정도로 술을 마신 여성도 성폭행 경험을 기억해 내는 데 문제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헤더 플로우 영국 버밍엄대 교수 연구팀은 일정 수준의 술을 마신 여성이 1주일 전에 발생한 성폭행 경험을 자세하게 기억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사이콜로지’에 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팀은 성인 여성 9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참가자 중 절반에게는 보드카를 제공했으며 나머지 참가자에겐 토닉워터를 마시게 했다. 보드카의 경우 음주운전 규정에 걸릴 정도의 양을 섭취하도록 했다. 영국의 음주운전 처벌 기준은 혈중 알콜농도 0.08% 이상으로 한국에서는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수치다.
참가자들은 비디오를 통해 가상의 남성과 데이트를 진행했다. 낮부터 시작된 데이트가 끝날 즈음 만남을 계속 이어갈 것인지 선택했다. 선택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참가자들은 저녁 데이트에 대한 가상 경험을 체험했다.
참가자들은 저녁 데이트가 시작된 직후 술 또는 토닉워터를 마셨다. 이어 비디오를 통해 가상의 성폭행 사건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화면을 제공했다.
일주일 후 참가자들은 이날 비디오를 통한 가상 경험의 세부적인 내용을 묻는 질문지에 답했다. 분석 결과 술을 마신 참가자와 마시지 않은 참가자의 답변들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자신이 술에 취할 것이라 예상한 여성들에게서 오히려 사건을 더 자세히 기억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연구팀은 "여성들이 음주로 인해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생각하면서 상황을 상세하게 기억하는 일종의 ‘과민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플로우 교수는 “재판 중에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이 종종 엇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여성의 음주사실이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일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로라 스티븐스 영국 버밍엄대 박사과정 연구원은 “성폭력 사건에서 술취한 여성들의 증언이 종종 법원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이번 연구가 성폭행 피해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증언을 관리하는 법원의 방식에 변화를 가져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다양한 음주 상태에서의 기억 정확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동아시아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