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대행사' 호평 속 손나은의 연기력 부족 지적
유튜브 클립 댓글에 이보영과 연기력 대비된다는 비판도
그룹 에이핑크 출신 손나은이 연기력 지적에 휩싸였다. JTBC 제공
작금의 흥행 드라마에는 악역의 존재감이 필수조건으로 자리 잡혔다. 대표적으로 '재벌집 막내아들'부터 '더 글로리'까지 빌런들의 활약이 독보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대행사'의 상황은 전혀 딴판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빌런이어야 하는 손나은이 이보영의 호연을 무색하게 만드는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재벌 3세이자 셀러브리티, 모든 권력들 중 가장 위에 있다는 설정이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만 남았다.
지난해 하반기 신드롬을 자아냈던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배턴을 이어받은 '대행사'는 흥행 요소가 충분했다. 최근 각광받기 시작한 여성 주연 서사와 광고 업계라는 신선한 소재, 또 이보영의 새로운 시도 등이 첫 회 이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웰메이드 드라마로 나아가려는 '대행사'의 발목을 잡은 것은 손나은의 연기력이다. '더 글로리'를 떠올린다면 '대행사'의 빌런은 손색없이 빈약하다. 극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역할은 주연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손나은은 안타깝게도 그에게 주어진 역할을 해내지 못한 모양새다.
먼저 어색함이 묻어나는 대사 소화력이 가장 크게 문제시됐다. 감정이 과잉된 듯한 표현력은 보는 이들이 몰입할 수 없게 느껴졌다.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를 만난 까닭일까. 극중 손나은이 분한 VC그룹 재벌 3세 강한나는 재벌가 철부지라는 특색이 코믹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묘사되어야 한다.
배우 손나은의 연기력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특히 이보영을 이용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 하는 인물인 만큼 야망과 어느 정도의 독기를 품어야 한다. 그러나 손나은이 완성한 강한나는 그저 인플루언서 삶에 도취된 평범한 여성으로만 남았다. 강한나가 VC기획 SNS본부장이 된 후 자신의 욕망을 위해 이보영의 손을 잡는 스토리 전개가 빈약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통통 튀기만 하는 강한나의 존재감이 이보영을 위기에 넣기엔 부족하다. 이보영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한 장치나 수단으로 여겨지지 않을 만큼 위압감이 없는 것이다.
시청자들의 공분도 크다. 유튜브 '대행사' 하이라이트 영상 클립에서는 손나은의 연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가장 큰 문제는 그 역할로 보이지 않고 '연기하고 있는 중이다' 하는 느낌이 강하다. 연기 경험 10년인데 안 느는 게 이상하다" "연기력이 분위기를 깬다" 등 노골적으로 지적하는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손나은의 연기력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영화 '가문의 귀환'을 시작으로 '대풍수' '무자식상팔자' '두번째 스무살'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인간실격' '고스트 닥터' '여곡성' 등 다양한 드라마 등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채웠으나 성장 폭이 그리 크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손나은은 올해 연기 데뷔 12년차로 최근 '더 글로리'로 전성기를 맞은 임지연과 연기 동년배다. 결코 짧지 않은 경력 기간 내 손나은이 증명해낸 성과는 적다. 그룹을 탈퇴하고 배우로 본격 전향한 것에는 본인의 의지가 가장 컸을 터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청자들이 만족할 만한 연기력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결국 손나은에겐 시간이 지날수록 대중이 납득할 만한 연기력을 선보여야 한다는 숙제가 남았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