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레깅스를 입는 남성이 행복추구권을 근거로 승소했다.
2월 2일 방송된 SBS 예능 '이상한 나라의 지옥법정'(이하 '지옥법정') 2회에서는 365일 24시간 레깅스만 입고 사는 27세 남자가 '안구 테러'를 이유로 친동생, 친구 등으로부터 집단 고소 당했다.
이날 원고 대표로는 친동생 이재성, 14년 지기 친구 정인국이 등장했다. 이들은 피고 이재민이 365일 24시간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레깅스만 입고 생활하며 주변 사람들의 안구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운동할 때만 레깅스를 입는 게 아니라 약속 자리나 번화가까지 레깅스를 입고 오니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느껴지고, 보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고. 안구 테러는 집에서도 마찬가지. 친동생 이재성은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 너무 불쾌하다"며 못 견딜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이재성은 "제가 형을 엄청 쫓아다녔다. 형을 전의 모습으로 되돌리고 싶다"고 밝혔다.
실제 이재민은 집, 밖 가리지 않고 화려한 색상의 레깅스를 입고 다녔다. 이에 대한 불편은 시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거리, 대형 쇼핑몰, 마트 등에서 이재민을 목격한 시민들은 "별로다", "약간 혐오스럽다", "저건 아니라는 판단을 한다. 자기 혼자만 사는 세상은 아니잖나. 아들이 저러고 다니면 용납을 못할 것 같다. 대한민국에선 있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법정에 역시 레깅스를 입고 나타난 피고 이재민은 여자 레깅스 같다는 말에 쿨하게 인정했다. 이에 피고 측은 "레깅스에 남녀가 어딨냐"고 주장하며 그를 감쌌다. 이어 시민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편을 들어줬다.
한편 이재민은 시민들 반응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재민은 "아예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시선이 저렇게 안 좋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고 심경을 말했다. 원고 정인국 역시 적나라한 반응에 피고가 "안쓰럽다"면서도 "친구의 나쁜 버릇을 고치기 위해 마음을 좀 더 차갑게 먹겠다"고 단호히 밝혔다.
이재민은 자신이 레깅스를 입는 이유로 건강상의 이유를 들었다. 앓고 있던 피부 습진과 치질이 레깅스를 입고 증상이 완치됐다고. 다만 이는 비뇨기과 전문의 홍성우 원장에 의하면 의학적으로 전혀 근거 없는 소리였다.
이때 이재민의 또 다른 14년 지기 친구 조정훈이 증인으로 등장, 이재민을 두둔했다. 과거 작고 왜소했던 이재민이 운동을 시작하면서 슬슬 자신감이 붙더니 레깅스를 입곤 폭발적으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조정훈은 피고에게 레깅스란 "제가 느끼기엔 자신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게하는 갑옷"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재민이가 레깅스 입는 걸 마음속으로 응원한다. 레깅스를 입으면서 건강하게 자신을 표출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 응원한다. 하지만 친구로서 저나 원고에 있는 인국이, 재성이는 재민이가 좋은 사람인 걸 충분히 알지만 다른 사람들은 처음 재민이를 만났을 때 선입견을 가지고 나쁜 판단을 할까 봐 (걱정)"이라며 "사회와 원만한 합의를 했으면 하는 친구로서 작은 바람"을 내비쳐 뭉클함을 안겼다.
이후 지옥판사는 헌법에 명시된 행복추구권을 언급했다. 레깅스든 뭐든 자기가 입고 싶은 옷을 입는 자유 역시 이 행복추구권에 포함된다는 것.
다수의 원고들 역시 행복추구권이 있지만 원고 대표 정인국은 이재민과 친구로 지낸 지 14년 째, 굳이 계속해서 그를 만나는 건 스스로 레깅스로 인해서 스트레스 받기를 선택한 것으로 피고를 비난할 수 없다고 봤다. 반면 원고 중 가족인 이재성의 경우 개인이 집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함께 사는 사족의 배려가 있기 때문이라며 "다른 가족이 도저히 용인해줄 수 없다면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이를 종합해 지옥판사는 원고 정인국, 이재성에게 '레깅스 PT 지옥행'을 선고하며 패소 판정을 했다. 그래도 지옥판사는 형과 우애가 좋았던 과거를 그리는 이재성의 마음을 생각해 하루만이라도 이재민이 동생이 원하는 옷을 입고 예전처럼 시간을 보낼 것을 권고했다.
그뒤 판결을 실천하는 3인의 모습이 공개됐다. 이재민과 똑같이 레깅스를 입고 PT를 받게 된 원고들. 한층 더 당당해진 이재민을 뒤로한 채 정인국은 "엉덩이는 살았는데 나는 죽는 느낌. 이제 장가는 못 가겠다"고 토로해 웃음을 유발했다. 이재성은 진지하게 독립을 생각했다. 그래도 이재민은 주변 사람들을 더욱 배려하기로 결심, 일상복을 자주 입기로 약속해 훈훈함을 안겼다. (사진=SBS '이상한 나라의 지옥법정' 캡처)
[뉴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