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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달간 규슈·홋카이도서 사망자 발생
유족 “기저질환 없고, 위험성 안내 못받아”

 

일본 오이타현 온천마을 벳푸의 ‘바다 지옥 순례’ 관광지. 연합뉴스

설 연휴 기간 일본 홋카이도로 패키지여행을 떠난 이정환(51)씨 가족은 불의의 사고를 겪었다. 이씨 아버지(76)가 여행 첫날인 지난달 20일 온천호텔에서 온천욕을 하다 급격한 혈압 변화로 인해 숨진 것이다. 먼저 목욕을 마치고 대기실에서 아버지를 기다리던 이씨는 온천 내부에서 소란이 벌어진 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급히 뛰어들어갔다. 그곳에서 목격한 것은 다른 손님들로부터 심폐소생술(CPR)을 받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이후 응급 처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호텔 쪽 직원들은 대부분 고령이라 우왕좌왕했고, 비치된 자동심장충격기는 고장 나 있었다. 현지 인솔 가이드는 사고 30분 후에 도착했으며, 구급차는 신고한 지 40여분 후에야 도착했다. 폭설로 병원에 가는 길도 원활하지 않아, 이씨 아버지는 처음 발견한 지 1시간50분만에야 병원에 도착해 사망 선고를 받았다. 현지 경찰은 사망 원인에 대해 심근경색이라는 사체검안 결과를 내놓았다. 주검을 국내로 송환하는 절차도 까다로워, 이씨 가족은 일본에서 장례식과 화장을 마칠 수밖에 없었다.

일본 여행객이 급증하는 가운데, 최근 두달간 온천에서 ‘히트쇼크’ 등으로 사망한 한국인이 3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고령자에게 급격한 온도변화는 치명적인 만큼, 겨울철 온천 여행을 계획한 여행사와 관광객의 주의가 요구된다.

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씨처럼 일본의 무비자 입국이 허용된 지난해 10월부터 이날까지 규슈 벳푸에서 1명, 벳푸와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각각 1명씩 숨졌다. 고령인 이들은 차가운 공간에서 따뜻한 공간으로 이동할 때 혈압이 급하강(반대의 경우 급상승)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으로 이어지는 ‘히트쇼크’ 증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한국 등 68개 국가·지역을 대상으로 무비자 일본 입국을 다시 허용한 지난해 10월11일 김포공항 국제선 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일본 하네다행 비행기 탑승 수속을 밟고 있다. 김명진 기자 [email protected]

온천 등 목욕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 히트쇼크 사고는 주로 11∼2월에 발생한다. 도쿄도시대 인간과학부 하야사카 신야 교수는 지난해 12월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에서 히트쇼크로 인한 사망자가 2022년 2만명을 웃돌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정집 욕조 내에서의 사망자도 이에 포함되는데, 일본의 주택 단열 성능이 좋지 않아 이러한 사고가 더 잦은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이 많은 만큼, 한국인도 히트쇼크 사고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일본정부관광국의 통계를 보면, 일본이 무비자 자유 여행을 허용한 지난해 10~12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89만4459명이다. 전체 입국자(280만3146명)의 약 32%로 전체 국가 중 가장 많다.

그러나 이씨가 이용한 ㄱ여행사는 물론 국내 대형 여행사의 일본 온천 여행 상세 페이지에 ‘히트쇼크’의 위험성을 알리는 정보는 없었다. 대부분 외교부에서 제공하는 지진과 교통사고 등 해외안전정보를 게시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정환씨는 “아버지는 흡연과 음주를 하지도 않고, 별다른 기저질환도 없다. 온천에서 이런 사고가 일어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현지에서도 여행 가이드로부터 이런 위험성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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