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최근 3년 연속 감소하며 미국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제로 코로나’ 정책이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 하락에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은 중국이 쇠퇴하는 동안 아시아 국가와의 동맹 복원과 외교적 관여 강화 등에 나서며 위상 향상을 이룬 것으로 평가됐다.
호주 싱크탱크 로위연구소가 5일(현지시간) 발표한 ‘아시아 파워 인덱스’에서 미국은 아시아 내 영향력 점수가 80.7점으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중국도 72.5점으로 2위를 유지했지만, 미국과의 격차는 8.2점으로 벌어졌다. 미·중 영향력 차이는 2020년 5.5점, 2021년 7.6점으로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일본이 37.2점으로 3위를 차지했고, 이어 인도(4위·36.3점), 러시아(5위 31.6점), 호주(6위·30.9점), 한국(7위·29.5점) 등 순으로 나타났다.
파워 인덱스 조사는 아시아 26개 국가를 대상으로 매년 진행된다. 경제력, 문화적·외교적 영향력, 군사력, 미래 자원 등 8개 지표에 대한 131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산정한다.
로위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중국이 자처한 고립과 제로 코로나 정책은 중국의 위상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며 “반면 미국은 회복력 있는 경제, 첨단 군사력과 광범위한 방어망 등으로 이점을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중국의 영향력 하락으로 6개 지표에서 선두를 유지했다. 블룸버그는 “강력한 경제적 연결과 국방 유대는 미국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선두 강국으로 굳건히 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문화적 영향력과 경제력에 대한 순위가 크게 떨어졌다. 유일하게 개선된 부분은 군사 능력으로 미국과의 격차는 2018년 27점에서 지난해 23점으로 줄었다. 보고서는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은 미국보다 덜 강력하지만 인도, 일본, 한국, 대만, 필리핀 등 이웃 국가에 대한 상대적 우위는 계속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재나 패튼 연구 책임자는 “중국의 전반적인 파워는 미국에 크게 뒤처지지 않지만, 포괄적인 영향력 측면에서 중국은 미국과 격차를 의미 있게 좁힐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추세로 볼 때 중국은 2030년까지 미국을 앞설 가능성이 작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내년 미국에 훨씬 더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며 “미국은 한국과 필리핀 동맹을 공고히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전체 순위에는 변동이 없었지만 조약 동맹인 미국과의 광범위한 국방 협력의 결과로 방위 네트워크 지표에서 4위를 차지했다. 경제력과 군사력, 경제 관계 등 점수도 5위로 상위권에 올랐다. 보고서는 그러나 “한국은 자원 안보 약화의 결과로 회복 탄력성 점수가 3단계 하락한 10위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일본의 ‘스마트 파워’ 영향력이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며 “최근 수십 년간 아시아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뒷받침해 온 경제규모와 기술 우위가 악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경제적 영향력은 2018년 이후 꾸준히 감소 중이다. 연구소는 다만 일본이 아시아에서 중요한 국방 및 안보 국가로 서서히 부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러시아는 주요 8개 지표 중 7개에서 점수가 하락했다. 특히 외교적 영향력 점수가 크게 줄었다. 연구소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앙적인 침공으로 러시아 영향력은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