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독일 각료들, IRA 항의차 미국 방문해 회동
IRA 적용 부문에서 유럽 혜택 늘리기로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약속 없어
美 "IRA 시행에 사과할 것 없어, 자랑스러워"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왼쪽)과 브뤼노 르 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이 미국 각료들과 회동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 1~2위 경제 대국 장관들이 미국 정부의 일방적인 친환경 보조금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함께 미국을 방문했지만 정책 시행 면에서 확실한 변화를 만들지 못했다. 미 관리들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유럽에 피해를 주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밝히면서도 궁극적으로 유럽에 도움이 된다며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로베르트 하베크 경제장관과 프랑스의 브뤼노 르 메르 재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미 정부 각료들과 회동했다. 이번 모임에는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과 미 무역대표부(USTR)의 캐서린 타이 대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참석했다.
르 메르는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IRA 문제에 대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으며 미국 쪽에서 유럽의 피해를 경감할 만한 방안을 찾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하베크는 “이번 회동에서 특정 문제에 대한 유럽의 입장을 전달했다”며 “미국과 유럽 사이에 보조금 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알렸다”고 말했다. 르 메르는 미국 대표들과 “IRA 시행 범위에 전기차나 배터리, 중요 광물과 같은 부문에서 최대한 많은 EU 관계자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에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의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 앞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그는 IRA 시행에 대해 “미국의 동맹들이 걱정할 것이 없으며 많이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디스는 IRA가 “세계적으로 필수적인 차세대 에너지 기술을 도입하는 비용을 줄일 것”이라며 “우리는 (IRA 시행에 대해) 사과할 필요가 없고 솔직히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지난해 합심하여 IRA를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바이든의 핵심 경제 공약으로 3690억달러(약 464조원)를 투입해 미국의 전기차 등 친환경 산업을 육성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동시에 의약품 가격 상한, 대기업 법인세 하한 등의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 한국과 유럽 등 외국 기업을 차별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으며 공화당 측에서도 예산 낭비라는 비난이 나왔다. 공화당 하원의원 21명은 지난 2일 IRA를 뒤집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바이든은 7일 연설에서 IRA 폐지 법안이 나오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경고했다.
EU는 IRA 시행 이후 바이든 정부의 보조금을 노린 기업들이 EU 투자를 줄이고 미국으로 건너갈까 걱정하고 있다. 이에 EU는 미국에 보조금 적용 기업을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한편 EU 차원에서도 IRA에 대항하기 위한 보조금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IRA는 지난해 8월 발효됐지만 전기차 보조금 하위 규정 시행은 오는 3월로 연기되었다.
르 메르는 "우리는 보조금과 세액 공제 수준에 대한 완전한 투명성의 필요성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또 "특히 전략적 투자에 대한 장관급의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날 모인 미국과 유럽 관계자들은 중국 등에서 생산되는 특정 희토류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중요 광물 클럽’을 결성, 광물 공급망을 안정시키기로 합의했다.
[파이낸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