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61% 시정운영에 부정 평가…가상대결서 주요경쟁자에 뒤져
3대도시 시카고 28일 선거…민주당서 9명 출마·공화 후보 없어
로리 라이트풋 미국 시카고 시장, 재선 가도 빨간불
재선에 도전한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가운데)과 선두권 경쟁 후보 폴 발라스 전 시카고 교육청장(왼쪽), 헤이수스 추이 가르시아 연방하원의원 [시카고 WEBZ 화면 캡처.
4년 전 '미국 대도시 사상 첫 동성애 흑인 여성 시장' 기록을 쓰며 당선된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60·민주)의 재선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시카고 시장 선거를 보름여 앞두고 나온 여론조사 결과, 라이트풋 시장은 시정 운영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채 재선 지지율이 선두권 경쟁 후보들에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카고 선타임스·NBC5·WBEZ·텔레문도 시카고 등 지역언론이 공동 실시해 지난 9일 공개한 최신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라이트풋 시장은 헤이수스 추이 가르시아 연방하원의원(66), 폴 발라스 전 시카고 교육청장(69)에게 모두 뒤지며 오차범위 내 승부를 벌이고 있다.
9명의 후보가 출마한 이번 선거에서 라이트풋 시장 지지율은 가르시아 의원(20%), 발라스 전 청장(18%)에 이은 17%에 그쳤다. 4위는 현금 나누기 행사와 무료 주유 이벤트 등으로 유명세를 탄 사업가 윌리 윌슨(12%)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3일까지 시카고 유권자 62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오차범위는 ±4%P다.
특히 설문 응답자의 61%는 라이트풋 시장의 시정운영 능력을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71%는 시카고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라이트풋 시장에 대한 호감도는 22%에 그쳤고 비호감도는 54%에 달했다.
가상 맞대결에서 라이트풋 시장은 가르시아 의원·발라스 전 청장 누구와 맞붙어도 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P통신은 라이트풋 시장이 2019년 새 역사를 쓰며 당선됐으나 재선은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시카고는 지난 1995년부터 정당별 예비선거가 없는 통합 경선제를 채택했으나 이번 선거에 나선 9명 모두 민주당 소속이고 공화당 소속은 단 1명도 없다.
사회운동가 출신 가르시아 연방하원의원은 2015년 시카고 시장 선거에서 람 이매뉴얼 당시 시장과 겨뤄 결선투표까지 간 끝에 석패한 바 있다. 2019년 연방하원에 입성한 지 4년 만에 시장에 재도전, 기대를 모았으나 사기 혐의로 기소된 가상화폐거래소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르고 있다.
중도 성향의 발라스 전 청장은 2019년 처음 시장 선거에 출마한 당시에는 큰 바람을 일으키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유력지 시카고 트리뷴의 공개지지를 받고 일부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오르는 등 주목받고 있다. 트리뷴은 발라스를 "스마트하고 열정적이며 공직 경험이 풍부한 후보"로 평하며 "시카고의 당면 과제들을 해결하고 새로운 전환을 불러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경쟁자들은 발라스의 신념과 정책이 민주당 보다 공화당에 더 가깝다며 협공을 벌이고 있다.
한편 시카고 주민들은 통제 불능의 치안 상태에 대해 가장 큰 우려를 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주민 2/3 이상이 치안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했고 50%가 "치안 해결책을 제시하는 후보를 시장으로 뽑겠다"고 응답했다.
후보들은 범죄 대응을 최우선 공약으로 앞세우고 있다.
윌슨 후보는 최근 폭스뉴스에 출연해 라이트풋 시장의 범죄대응력을 비난하면서 "경찰에 너무 많은 제재를 가하고 있다. 경찰관들이 아닌 범죄자들에게 수갑을 채워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주민들이 거리에서 죽어가고 있는데 라이트풋 시장은 구구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범죄자를 잡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시카고 시장 선거는 오는 28일 열린다.
이날 선거에서 1위 후보의 득표율이 50%를 넘지 못할 경우 1·2위 후보가 6주 더 캠페인을 벌인 후 4월 4일 결선 투표에서 최종 당선자를 가린다.
(시카고=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