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의료용 마약류 처방 모니터링 인력 부족 호소
공공부문 인력감축 기조 강화에 증원 전망 불투명
“그동안 잘못된 처방을 내버려둔 셈…유아인도 마찬가지”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와 대마 양성 반응에 이어 병역 특혜 의혹까지 받고 있는 배우 유아인의 활동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2021년부터 여러 병원을 돌며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혐의를 받는 유 씨 관련 의혹은 왜 이제야 제기됐을까. 이유는 터무니 없이 부족한 조사 인력 때문일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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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에 보고되는 의료용 마약류 처방건수는 연간 ‘1억건’을 상회한다. 그럼에도 모니터링 인력은 식약처 소속 마약관리과 6명, 유통재활TF(임시조직) 내 4명 등 총 10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다보니 정작 시스템에 보고되더라도 이를 확인하기까지 수 년이 걸리는 셈이다.
이들은 NIMS에 취합된 1억건을 1차적으로 분류 후, 식욕억제제, 프로포폴, 졸피뎀, 진통제 오남용 등 ‘처방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 경고한다. 이후 추적관찰을 통해 지속적인 오남용 처방에 대해 현장 감시 및 행정처분을 내리고 있다.
워낙 인력 대비 담당해야 할 건수가 많다보니 모니터링은 상시적으로 할 수 없는 구조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식약처는 의료용 마약류 중 식욕억제제 모니터링을 1년 전체가 아닌 특정 2개월치만 실시해 질타를 받은 바 있다. 특정 2개월치만 조사하니 연간 총 몇 건인지도 파악할 수 없는 셈이다.
식약처는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료용 마약류 안전관리를 위한 인력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특히 NIMS 관리 인력 등이 증원될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에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TF 수준인 담당과를 정식으로 편제하거나, 모니터링 등 인력 증원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공공부문 인력 감축 기조가 강화되면서 전망은 불투명하다.
국회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배우 유아인 씨 프로포폴 수사의뢰도 지난 2년 간 자료를 바탕으로 했을 것”이라며 “그동안 잘못된 의료용 마약류 처방을 내버려둔 셈인데, 이는 인력 부족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지난 5일 유아인이 미국에서 입국한 직후 소변과 모발 등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하고 약식으로 조사했다.
당시 유아인의 소변에선 일반 대마 양성 반응이, 프로포폴은 음성 반응이 나왔다. 프로포폴은 사나흘이 지나면 체내에서 사라져 소변 검사 확인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마 주요 성분 또한 짧게는 3일, 길게는 10일 정도 지나면 소변으로 검출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경찰은 유아인이 최근까지 대마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유아인이 병원 여러 곳에서 일명 ‘우유 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을 의료 외 목적으로 상습 처방받은 정황이 있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8∼9일 유아인이 프로포폴을 처방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서울 강남구와 용산구 일대 성형외과 등 병·의원 여러 곳을 압수수색해 관련 의료기록을 확보한 바 있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오는 대로 유아인을 추가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또한 16일 병무청 등에 따르면 “유아인의 병역 판정이 적합한 절차에 의해 진행됐는지 조사해달라”는 민원이 병무청 병역 조사과에 접수됐다.
유아인의 병역특혜 조사 접수 민원인은 지난해 12월 구속 기소된 병역 브로커 구모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결과, 병무청 내부 직원 연루 가능성이 포착됐다며 조사를 통해 “유아인에 대한 병역 의혹을 불식시켜 달라”고 청했다. 앞서 유아인은 5차 재검 끝에 지난 2017년 6월 27일 골육종 진단으로 병역 면제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소속사 UAA 측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