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서 고백
해리포터 작가 조앤 K 롤링이 2012년 영국 런던의 한 행사에 참석한 모습. /AP 연합뉴스
세계적 인기를 얻은 해리포터의 첫 편 원고가 ‘볼모’로 잡혀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했던 일화가 공개됐다. 작가 조앤 K 롤링은 폭력적이었던 전 남편이 원고를 불태울까 봐 마음 졸이며 남편이 숨긴 원고를 몰래 빼내야 했다고 주장했다.
21일(현지 시각) 데일리메일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롤링은 이날 공개된 팟캐스트 ‘JK롤링의 마녀 재판’에 출연해 첫 결혼 생활에 얽힌 이러한 사연을 밝혔다. 롤링은 1992년 포르투갈인 호르케 아란테스와 결혼했지만, 1년 뒤 아란테스가 롤링을 집 밖으로 끌고 나와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진 뒤 헤어졌다. 이날 롤링은 아란테스와의 결혼 생활 중 해리포터 원고를 쓰고 있었는데, 당시 상황이 “끔찍한 긴장 상태”였다고 밝혔다. “결혼 생활은 매우 폭력적이고 통제적이었다”며 “내가 집에 돌아올 때마다 남편은 내 가방을 뒤졌고 내게는 현관 열쇠도 없었다. 나는 떠나지 않을 것처럼 연기해야 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도 롤링은 집필을 계속했다. 하지만 남편이 그녀의 원고를 숨겨버렸다고 했다. “원고는 내가 떠나지 못하도록 남편이 잡은 볼모(hostage)였다”고 롤링은 밝혔다. 이후 그는 숨겨둔 원고를 찾아 남편이 눈치채지 못하게 매일 몇 쪽씩 빼내 직장에 가져가 복사했다. 롤링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남편이 원고를 모두 태우거나 볼모로 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당시 원고보다 우선시한 유일한 것은 내 딸뿐이었다”고 했다.
폭행당한 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롤링은 “떠나겠다고 말하자 그는 매우 폭력적으로 굴며 내가 딸을 데려가지 못하게 막겠다고 했다”며 “이 문제로 내가 싸움을 걸었고 그 대가를 치렀다. 내가 거리에 뻗어 있는 폭력적인 장면으로 끝이 났다”고 했다. 아란테스는 지난 2020년 롤링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실을 인정했다.
롤링은 이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로 이사해 싱글맘으로 복지수당을 받으며 원고를 완성했다. 1997년 출간된 1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부터 2007년 마지막 7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큰 성공을 거뒀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현재 롤링의 순자산이 약 8억5000만파운드(약 1조3000억원)라고 보도했다. 롤링은 2001년 의사 닐 머리와 재혼했다.
롤링은 2018년 트랜스젠더 여성을 ‘드레스를 입은 남성’이라고 언급한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 등 트랜스젠더를 여성으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고수해 비판받고 있기도 하다. 팟캐스트 다음 화 예고에서 롤링은 ‘트랜스젠더 이슈에 뛰어든 것이 그녀의 명성을 망쳤다”는 팬들의 비난에 대해 “이보다 더 깊게 나를 오해할 수 없을 것. 나는 누군가를 화나게 하려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