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전환에 따라 세계 각국이 ‘관광객 모셔오기’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열띤 관광객 모집 경쟁 사이에서 오히려 관광객에게 제발 그만 와 달라고 간곡한 부탁에 나선 스페인 섬이 있다.
최근 영국 매체 더 미러가 스페인의 란사로테섬이 포화에 이르러 관광객 감소를 원한다고 보도했다. 란사로테의 정부는 “섬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며 다음 세대의 미래를 위해서 관광객 감소 정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란사로테 섬 / 사진=flickr
약 15만 명이 거주하는 란사로테 섬에는 지난 해 1월부터 11월까지 섬 인구의 약 17배에 달하는 250만 명이 방문했다. 이에 의회는 관광객 수가 너무 많은 상태에 이르렀다며 란사로테 섬을 공식적으로 ‘관광객 포화 지역’으로 선포했다.
아울러 란사로테 섬이 사회적으로 관광객이 너무 많은 지역으로 인식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선언 이후 영국의 한 관광객은 란사로테 섬을 방문한 뒤 일부러 숙박을 하지 않고 돌아왔다고 전하기도 했다.
란사로테 섬은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에 있다. 자연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화산섬으로, 면적은 약 846㎢(약 2억6000만 평)으로 우리나라 청송군의 면적과 동일하다. 란사로테 섬을 찾는 관광객의 45%는 영국 관광객일 정도로 특히 영국인에게 인기가 많다.
돌로레스 코루조 카나리아 제도의 사회주의 노동자당 사무총장은 “영국 관광객을 줄이고 영국 시장에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각화 전략을 강구해야한다”고 말했다. 코루조는 “호텔 객실 등을 줄여서 더 적은 관광객을 받되 관광지의 시설은 더 세련되게 만들어서 수익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란사로테의 관광업 종사자는 “적은 수의 관광객을 통해 더 많은 관광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그러려면 해변과 같은 관광시설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현실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아울러 “란사로테에는 산업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토지가 거의 없고 양식업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서 관광업이 아닌 다른 산업시장을 성장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섬의 의회는 관광 포화도나 관광객 수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