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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에 온 직후 샤오쿠 (출처: 훙신문)


앳된 모습의 소녀 샤오쿠(小苦)가 14일 중국 남부 광시좡족자치구 톈둥현의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 뛰어들었습니다. 샤오쿠는 고속도로 휴게소 직원을 보자마자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간청했습니다.

"부모님이 나를 그들에게 팔았어요. 지금 끌려가는 중이에요."

■'16살 소녀 매매혼'에 중국 경악

경찰에 밝힌 샤오쿠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경찰에 사연을 털어놓고 있는 샤오쿠.


샤오쿠는 자신이 중국 남서부 쓰촨성 푸거현에서 왔고, 나이는 16살이라고 말했는데요. 부모님이 한 남성에게 자신과의 결혼을 조건으로 중국 돈 260,000위안(우리 돈 4,880만 원 정도)을 받고 샤오쿠를 보내려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강제 결혼을 피하기 위해 샤오쿠가 선택한 것은 탈출이었습니다. 고향을 등지고 인근 광둥성 둥관의 한 기숙사형 공장에 일자리를 구했습니다.

하지만 도피는 금세 끝이 납니다. 매매혼을 하려고 했던 남성이 가족과 함께 일하는 공장에 나타난 것인데요.

막무가내로 끌어내 고향으로 데려가는 길에 샤오쿠는 또다시 '기회'를 만듭니다. 바로 광시좡족자치구 톈둥현 고속도로 휴게소를 보고 화장실을 가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직원에게 경찰 신고를 부탁하는 기지를 발휘한 겁니다.

■중국 네티즌 "아직도 이런 일이!"

이후 경찰과 톈둥현 부녀연합회까지 사실 확인에 나섰습니다. 샤오쿠는 한창 고등학교에 다닐 16살로 확인됐습니다. '차이나 데일리'에 따르면 "26만 위안의 지참금과 강제 결혼" 강요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샤오쿠는 톈둥현에 있는 동안에는 임시로 미성년자 보호 센터에 머물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았는데요.

소식이 중국 소셜미디어에 널리 알려지면서 중국 네티즌들은 분노와 동정을 표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믿을 수가 없다"라는 내용입니다.

중국 민법에 따르면, 여성이 결혼할 수 있는 최저 연령은 20살입니다. 또 강제 결혼, 매매 결혼 등 혼인의 자유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혼인을 빌미로 거래하는 것도 금지돼 있습니다.

일부 중국 누리꾼은 농촌에서는 아직도 이런 법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고, 여전히 일부 부모가 자녀의 결혼을 결정하거나 조기 결혼 등을 주선하는 관행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습니다. '결혼 지참금'이라는 이름 아래 매매혼이 실제 벌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여성 누리꾼들은 이번 일은 중국의 뿌리 깊은 남아 선호 사상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며, 남자아이는 귀하게 여김을 받지만 여자아이는 가족들에게 경제적으로 착취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가족 품으로 돌아간 샤오쿠…소녀는 어떻게 될까?

더 놀라운 건 이후 벌어진 일들입니다.

톈둥현 부녀연합회는 샤오쿠의 가족을 톈둥현으로 불렀습니다. 연락을 받고 온 사람은 샤오쿠의 아버지와 둘째 오빠였는데요.
 

부녀연합회에서 마련한 샤오쿠와 가족들의 재상봉 자리. 동그라미 안이 샤오쿠. 옆에 아빠와 오빠가 함께 앉아 있다.


관계자는 샤오쿠를 가족과 함께 고향으로 돌려보내면서 이렇게 조언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남자에게 지참금을 돌려주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라  말이죠.

16살 나이에 26만 위안에 '팔려갈 뻔한' 샤오쿠는 과연 자신을 강제로 결혼시키려던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길 원했을까요? 지참금을 받고 결혼을 강제하려던 부모가 샤오쿠를 다시 결혼시키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지참금을 주고 미성년자와 결혼을 하려고 한 남성은 조사를 받게 될까요? 샤오쿠의 '매매혼 사연'은 아직 의문점 투성이지만 중국 사회는 '농촌 관행'이라는 점을 앞세워 이번 일을 '훈훈하게 마무리'하는 분위기입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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