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당신이 ‘트래비스 스콧 조던’이나 ‘판다 덩크’가 사고 싶다면, 이젠 리셀 시장에서 그들을 ‘합리적 가격’에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뜨겁던 운동화 리셀 시장에 냉각 기류가 흐르고 있다. 최근 한 조사는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들이 내놓은 한정판·콜라보레이션(협업) 제품들이 희소성을 앞세워 고가에 팔리던 ‘시절’이 지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 일부 제품의 리셀 가격은 심지어 반의 반토막이나며 ‘리셀 테크’ 수익이 마이너스가 나고 있는 상황이다.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등 거시 경제 충격이 불황도 피해가는 듯 보였던 리셀 시장까지 영향권으로 집어삼킨 결과다.
최근 미 매체 악시오스는 데이터 분석업체 알탄 인사이츠의 보고서를 인용, 운동화 리셀 시장에 가격 거품이 걷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적어도 1년전과 비교해 열기가 식고 있다는 신호가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운동화 리셀 플랫폼인 스톡X(StockX)의 인기 운동화 100개 이상의 가격 추이를 분석한 결과 2022년 들어 평균 가격이 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이들의 가격이 평균 23% 상승한 것과 대조된다. 리셀 가격 하락폭은 출시된 지 오래됐거나, 최근에 출시된 제품일수록 큰 것으로 조사됐다.
운동화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는 마이크 사익스는 “2020년 출시된 트래비스 스콧 콜라보 제품 중 일부는 출시 당시 수천달러에 달했던 것이 지금 약 500달러(약 65만원)에 판매되고 있다”면서 “2021년 스톡X에서 300달러(약 39만) 이상 받던 나이키 덩크 판다도 평균 150달러 이하(19만7700원)로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
운동화 리셀 시장의 냉각은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 기류와 맞물려 있다. 운동화 리셀 시장은 단지 운동화 마니아들의 수집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영역을 뛰어넘어 점차 암호화폐, NFT, 밈주식과 같은 투기적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팬데믹(코로나19) 기간 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불어닥친 투기 열풍이 리셀 시장까지 번지면서 생긴 결과다. 같은 기간 공급망 문제가 불거지면서 전반적인 공급이 줄어든 것도 리셀 가격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운동화 시장을 다룬 책 ‘스니코믹스의 성장’의 저자 딜런 디트리히는 “사람들은 운동화 리셀러가 시장에서 끌어들이는 막대한 수익을 지켜봤고, 그것은 더 많은 사람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물가가 치솟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 주도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고, 시장 전반에 투기 여력이 저하되며 결국 오늘날 리셀 시장의 열기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여기에 팬데믹이 사실상 끝을 보이면서 공급망이 회복, 다시 제품 공급이 원활해진 것도 전반적인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알탄 인사이츠는 “긴축 통화 정책과 공급망 문제 등이 운동화의 가치를 다시 매기고 있다”면서 “수년 동안 브랜드에게 매우 유리하게 작용했던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모든 한정판 운동화들이 리셀가격 하락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정판 운동화들에 대한 수요는 아직 존재하고, 마찬가지로 많은 운동화들이 여전히 리셀 시장에서 높은 프리미엄을 받으며 되팔리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운동화 리셀 시장을 뒤덮은 지나친 거품이 걷히고 있다는 데 최근 시장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익스는 “시장이 정상적 시기로 마침내 돌아가기 시작했다”면서 “앞으로 리셀 시장은 예전처럼 광적이지도 않을 것이고 수익성도 과거만큼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