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재외국민 '우크라 지지' 확산…"푸틴 제국주의 싫다"

23~26일 45개국 120개 도시서 동시다발 시위
반전깃발 휘날리며 "우크라에 승리, 러시아에 자유"
 

미국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지 시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년을 맞아 전 세계 100여개 도시에서 러시아인들의 동시다발 시위가 벌어졌다고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시위 주최 측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이날까지 전 세계 45개국 120개 도시에서 해외 거주 러시아인들이 모여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와 반전을 외쳤다.

러시아인의 주 망명지로 알려진 조지아 트빌리시, 리투아니아 빌뉴스, 스페인 바르셀로나,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에도 수백 명의 인파가 집결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부분은 우크라이나 국기와 흰 바탕에 파란색 줄이 그려진 깃발(러시아 반전 시위 상징)을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구호로는 "우크라이나에 승리를! 러시아에 자유를!" 등이 쓰였고, 일부 시위대는 포격 피해를 본 우크라이나 도시를 일일이 호명하기도 했다.

감옥에 갇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형도 시위에 등장했다. 독일 뒤셀도르프의 시위대는 그를 팔이 6개 달린 악마로 묘사하기도 했다.

러시아 석유 재벌 출신 야권 활동가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는 런던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시위대를 향해 "우리는 이번 전쟁의 끝이 푸틴 체제의 종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러시아는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위에 참여한 러시아인 사이에서는 전쟁뿐 아니라 푸틴 대통령의 제국주의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러시아 소수민족 단체는 "러시아 제국주의에 반대한다"는 팻말을 들고 런던에서 열린 시위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빌뉴스에서 시위에 참여한 인나 베레스키나는 "우리는 모든 침략과 공격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제국주의가 강화되고 폭력이 나라 밖으로 분출되도록 방치했기 때문"이라고 탄식했다.
 

스위스 우크라이나 지지 시위


전문가들은 이번 시위로 푸틴 대통령에 반대하는 러시아인들이 협력해 더 큰 힘을 발산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분석했다.

크렘린궁 연설문 작성자로 재직했던 아바스 갈랴모프는 "푸틴은 모든 러시아인이 자신을 지지한다고 설득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이에 반하는 근거는 모두 그의 '게임'을 방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위 규모를 충분히 키우면 나머지 러시아인의 마음도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과거 러시아 두마 의원으로 있었던 아르카디 E. 얀콥스키는 "(시위에 참여한) 이들 단체가 서로 대화하기 시작한 건 권력 투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감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같은 기간 해외뿐 아니라 러시아 내에서도 전사자 추모 중심의 조용한 반전시위가 포착됐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일부 시민들은 '불명예(Disgrace)'에 전쟁을 상징하는 'Z'를 넣어 '불명예의 해(Year of Disgraze)'라는 팻말을 만들어 흔들기도 했다.

그러나 유명 활동가 막심 립칸이 시위 허가를 요청했다 체포되면서 시위가 확산할 것이란 기대도 함께 저물었다고 NYT는 전했다. 인권단체 OVD-인포에 따르면 25일 러시아 전역에서 반전 활동으로 구금된 활동가들은 최소 65명에 달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