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가자 분리장벽 인근에서 타이어를 불태우며 항의 시위하는 팔레스타인 청년.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무력 충돌 등으로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상황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회담이 요르단에서 개최된다.
26일(현지시간) 일간 하레츠 등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이날 요르단 홍해 항구도시 아카바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고위급 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 측은 공식 성명을 통해 "대표단이 회담을 위해 아카바로 떠났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에 이스라엘에서는 정보기관인 신베트의 로넨 바르 국장과 사치 하네그비 국가안보보좌관이, 팔레스타인에서는 마지드 파라즈 정보국장과 후세인 알-셰이크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집행위원회 사무총장이 참석한다. 또 브렛 맥거크 미 백악관 중동 담당 조정관과 요르단, 이집트 대표단도 참석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고위급 안보 당국자들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회담은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간 무력 충돌로 다수의 팔레스타인 희생자가 발생하고, 이에 대한 팔레스타인 주민과 무장 정파 하마스 등의 보복 행위가 잇따르는 가운데 열리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6일 서안 북부 제닌 난민촌 수색 과정에서 9명, 이달 22일에는 서안 북부 나블루스에서 11명의 팔레스타인 무장대원과 주민을 사살했다. 올해 들어서만 이스라엘군의 작전 과정에서 62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사망했다.
지난달 이스라엘군의 유혈 작전 후엔 동예루살렘 정착촌의 유대 회당을 겨냥한 팔레스타인 주민의 보복성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안 수색 작전이 유혈 충돌로 이어질 때마다 무장 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을 겨냥해 로켓이 발사됐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은 어김없이 가자지구를 공습했다.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동예루살렘에서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휴업과 함께 대대적인 반이스라엘 항의 행진을 벌였고, 서안의 유대인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공격하는 일도 있었다.
더욱이 이스라엘 정부는 불법 정착촌 9곳을 합법화하고 기존 정착촌에 7천 채의 주택 건설을 강행하면서 팔레스타인을 자극하고 있다.
현재의 긴장 상태가 다음 달 22일경 시작하는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까지 이어지면 2021년 5월 가자 전쟁과 같은 참극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양측을 회담 테이블로 불러 모은 요르단과 미국, 이집트는 긴장 완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의 정부는 대팔레스타인 초강경 기조를 중단할 의사가 없기 때문에 회담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간 무력충돌이 벌어진 요르단강 서안 나블루스. AP=연합뉴스
한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의 일방적 조치 중단을 요구할 것이라고 성명은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 외교 소식통은 팔레스타인의 요구 사항에 ▶자치정부가 관할하는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중단 ▶유대인 정착촌 주민의 팔레스타인 주민 상대 적대행위 중단 ▶이스라엘 관할지역 내 가옥 철거 중단 등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또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 보안수 수감환경 악화 등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그러나 다수의 팔레스타인 정파들은 이번 회담이 미국 주도로 꾸며진 음모라면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보이콧을 촉구하고 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