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전남 화순의 리조트에서 추락사한 정다금 양 사건을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다뤘다. 사진 SBS
14년 전 전남 화순의 한 리조트에서 발생한 '정다금 양 추락 사망 사건'이 방송을 통해 재조명되고 있다. 사망 당시 18세였던 정 양은 부산의 한 여고에 재학 중이었다.
경찰은 당시 정 양이 체험학습 숙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결론냈으나, 유족 측은 학교폭력에 의한 타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5일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는 지난 2009년에 발생한 정 양 사망 사건을 다뤘다.
정 양은 그해 12월 새벽 체험학습으로 떠난 화순의 한 리조트 1216호 객실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당시 이 객실에는 정 양의 친구 4명도 함께 머물렀다. 이들은 '정 양이 혼자 베란다로 나간 뒤 얼마 후 비명과 함께 추락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또한 정 양이 이전에도 용돈과 학업 등으로 고민이 많았고 여러 번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경찰은 정 양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결론냈다.
2009년 전남 화순의 리조트에서 추락사한 정다금 양 사건을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다뤘다. 사진 SBS
그러나 유족의 생각은 달랐다. 정 양은 유복한 집안 환경에서 자랐으며 공부도 잘하고 다재다능한 모범생이었다. 유족들은 "다금이가 왜 자살을 합니까?"라고 반박하며 눈물을 흘렸다. 유족 측이 부검을 의뢰한 정 양의 시신에서는 폭행 흔적으로 추정되는 상처가 다수 발견됐다. 정 양의 또 다른 친구도 "같은 방에 머물던 4인방이 정 양을 폭행했다"고 증언했다.
유족의 이의 제기로 수사가 재개되자, 4인방은 "함께 술을 마신 후 다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폭행은 없었고 머리채만 잡았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은 CCTV 등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4인방 중 한 명이 정 양의 머리채를 잡은 것은 확인했지만, 이 정도로 추락과 인과관계를 연결시키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을 종결했고 4인방 가운데 학교폭력을 주동한 A 양에게만 상해 혐의를 적용해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다른 학생 3명은 '혐의없음'으로 불기소되면서 사건은 그대로 묻혀 버렸다.
그러다 지난해 정 양의 지인이 '다금이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다시금 공론화 됐다. 학교폭력을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의 인기도 이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한몫 했다.
'그알' 제작진은 정 양을 괴롭혔다고 의심받는 4인방의 근황을 취재했다. 현재 30대에 접어든 그들은 각자 가정을 꾸리거나 평범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제작진은 직접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모두 거부했고 학폭 등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그들의 한 지인은 제작진에 "4인방 모두 여행 다니고 그냥 평범하게 지낸다"고 전했다. 다만, 주동자로 알려진 A 양의 행방은 찾을 수 없었다.
해당 사건이 방송으로 재조명되면서 네이버 카페, 유튜브 등에서는 가해자 중 한 명의 직업이 경찰이라는 소문이 확산하기도 했다. 이에 대전경찰청은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가해자로 지목된) 경찰관의 사건 관련 수사 이력, 출신지, 학교, 현장체험학습 참여 등 개인 신상 전반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봤다"며 "해당 경찰관은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최종 확인했다"고 밝혔다.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