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안찐다는 ‘제로’ 음료 유행인데…“심장마비·뇌졸중 2배↑”

by 민들레 posted Mar 0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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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지 연구결과 발표
에리트리톨, 혈액 응고 유발…혈전 생성↑
“심혈관·당뇨환자 주의”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음료 상품이 진열돼 있다. 뉴시스


제로 슈거(무설탕) 식품에 설탕 대신 사용하는 인공감미료 ‘에리트리톨’을 많이 섭취할 경우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에리트리톨이 안전한 첨가제라고 여겨왔던 그간의 인식을 뒤엎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러너 연구소 스탠리 헤이즌 박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서 심장질환 위험 요소가 있는 사람들은 혈중 에리트리톨 수치가 높으면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도 2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혈중 에리트리톨 수치가 상위 25%인 사람들은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이 하위 25%보다 2배 높았다”며 “이는 당뇨병 같은 강력한 심장병 위험 요소와 맞먹는 것으로 적지 않은 위험”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미국인 2100여명과 2018년까지 유럽에서 수집된 833명의 혈액을 추가로 분석, 모든 집단에서 높은 혈중 에리트리톨 수치가 심장마비나 뇌졸중, 3년 내 사망 위험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또 동물실험을 통해 에리트리톨이 혈전증을 증가시키거나 혈액 응고를 유발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들은 에리트리톨로 인해 혈소판이 응고하면 혈전이 쉽게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혈전이 떨어져 나와 혈관을 타고 심장으로 이동하면 심장마비를, 뇌로 흘러가면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어 심혈관질환의 발병 우려가 커졌다는 의미다.

에리트리톨은 소르비톨이나 자일리톨과 마찬가지로 많은 과일과 채소에서 발견되는 자연 탄수화물인 당 알코올의 일종으로 설탕의 70% 수준으로 단맛이 난다. 물에도 잘 녹아 최근 ‘슈거 프리’ 소주·사이다 등 저칼로리 식품의 첨가제로 인기를 끌고 있다.

헤이즌 박사는 “이미 심장질환이나 당뇨가 있는 사람들처럼 혈액 응고나 심장마비, 뇌졸중 위험이 있는 사람들은 추가 연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에리트리톨을 멀리하라고 말할 수 있는 충분한 데이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호주 RMIT대학 올리버 존스 교수는 “연구팀이 에리트리톨과 혈액 응고 사이의 상관관계를 발견했지만, 이것이 곧 그런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아니다”라고 추가 연구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업계에서도 반발하고 있다. 저열량 감미료 업계 단체 ‘칼로리 통제 협회(CCC)’의 로버트 랭킨 상임이사는 “이는 에리트리톨 같은 저열량 감미료가 안전하다는 수십 년간의 연구와 상반된다”며 “연구 참가자들이 이미 심혈관질환 위험 요소를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 결과를 일반인들에게 확대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