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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있다. 러시아군은 바흐무트를 삼면에서 에워싼 채 맹렬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 전열을 가다듬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에서 전략적으로 철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우크라이나는 이 도시를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바흐무트의 주거용 건물/AFPBBNews=뉴스1

 

8개월째 치열한 전투…지옥으로 변한 도시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현재 바흐무트의 동·남·북쪽 삼면을 포위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8개월째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이 도시를 완전히 포위해 우크라이나군을 고립하려는 전략을 추진 중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 와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지난 3일 텔레그램에 올린 영상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에게는 오직 도로 하나만이 남았다"며 "노인과 어린이들의 희생을 막으려면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은 트위터에 "러시아 정규군과 와그너 그룹 용병이 바흐무트 북쪽 교외로 진입했다"며 "도시 삼면이 러시아의 공격에 취약한 상태이며, 우크라이나군은 점점 더 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전날에도 러시아 측의 공격 130여건을 막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전 7만여명이 살았던 바흐무트에는 이제 4500명의 주민만 남은 상태다. 전투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도시는 폐허로 변했다. 주민들은 전기와 물, 가스를 공급받지 못한 채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러시아군이 바흐무트를 완전히 포위해 서쪽 도로까지 끊기면 드물게 이뤄졌던 인도적 지원마저 어려워진다.

시가전이 계속되면서 주민들의 대피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렉산드르 마르첸코 바흐무트 부시장은 CNN에 하루 5~10명 정도만 도시를 탈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하루 최대 600명까지 바흐무트를 빠져나갔지만, 최근 러시아군의 공격이 더욱 거칠어지면서 대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마르첸코 부시장은 "러시아는 바흐무트의 모든 건물을 날려버리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흐무트와 인근 마을을 연결하는 교량도 줄줄이 파괴됐다. DI는 "바흐무트와 차시아야르를 연결하는 다리를 포함해 주요 교량 2개가 최근 폭파됐다"고 전했다. 이들 다리는 바흐무트 시내를 중심으로 주둔하는 우크라이나군을 위한 핵심 보급로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국가 방위군의 부지휘관 볼로디미르 나자렌코는 바흐무트의 상황을 '지옥'에 빗댔다. 나자렌코는 "이 지옥에선 하루하루가 영원처럼 느껴진다. 바흐무트가 몇 달이나 더 강하게 버틸 수 있을지 가늠하기 정말 어렵다"고 털어놨다.
 

바흐무트 근처 대피소에 피신한 주민들/AFPBBNews=뉴스1

 

전략적 가치 없는데…러시아는 왜 바흐무트를 노릴까

 

바흐무트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주요 도시인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라뱐스크로 진격할 수 있는 요충지다. 하지만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도시고, 주변 지역이 이미 요새화해 러시아군이 점령해도 동부 전선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흐무트 점령이 러시아군에 전략적 가치보다 상징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NYT는 군사 분석가들을 인용해 "바흐무트의 군사 전략적 중요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면서 지난해 7월 이후 러시아군이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차지한다는 상징적 의미 정도를 갖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불어 전략적 가치는 떨어지더라도 바흐무트 전투로 인한 양측의 사상자 규모가 커 바흐무트의 전황이 향후 전쟁의 양상을 가르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바흐무트가 러시아 수중에 넘어가도 우크라이나에 별다른 타격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크라이나군이 더 큰 병력 손실을 막기 위해 후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리차드 다낫 전 영국군 참모총장은 스카이뉴스에 출연해 "바흐무트는 우크라이나에 전략적으로 중요하지 않다"며 "이 도시는 많은 러시아군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역할을 다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더 방어가 가능한 전선으로 철수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공세에 맞서 방어작전을 지속하고 있다. 나자렌코는 "바흐무트를 사수한다는 전술에는 변화가 없다"며 "철수는 없다. 도리어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새 병력이 들어오고 있다. 도시 전체가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혼란스럽지만, 아직 외부와 차단되지 않은 (보급) 경로가 있다"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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