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로 확인되면 세계 5위 규모
제재로 붕괴되는 이란 경제 숨 통 트여
사진=REUTERS
이란이 대규모 리튬 광산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서방국가의 제재를 받는 이란 경제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6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무함마드 하디 아흐마디 이란 산업광물통상부 장관은 지난 4일 자국 국영 TV를 통해 “이란 하마단에서 최초로 리튬 광산이 발견됐다”며 "광산을 발견하는 데 4년이 걸렸고, 향후 2년 내 추출에 성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단은 이란 북서부에 있는 산악지대다.
이란 정부는 하마단에서 약 850만t 규모의 리튬이 매장돼 있다고 발표했다. 미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리튬 매장량은 9800만t으로 추정된다.
이란 정부의 발표가 사실로 확인되면 이란은 세계 리튬 매장량의 약 7%를 보유하게 된다. 볼리비아(2100만t), 아르헨티나(2000만t), 미국(1200만t), 칠레(1100만t)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이다.
리튬은 전기차, 스마트폰 등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미래 산업에 활용도가 높다. '하얀 석유' 등 꿈의 자원이라는 별칭이 붙는다. 핵무기 개발 등으로 인해 서방국가의 제재를 받는 이란으로선 한숨 돌리는 셈이다.
핵 개발에 대한 서방국가의 경제 제재로 인해 이란 경제는 붕괴 직전이다.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며 제재 수위가 높아졌다. 지난달 말 달러화 대비 이란 리얄화 가치는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원자재 리서치업체 SFA옥스포드의 토마스 챈들러 애널리스트는 "(이란이) 발표한 매장량 자체는 상당한 규모인 건 사실이다"라며 "다만 매장된 리튬의 등급과 채산성이 얼마나 될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리튬 화합물은 수산화 리튬과 탄산리튬으로 나뉜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수산화리튬은 주로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고, 밀도가 낮은 탄산리튬은 가전제품 배터리로 쓰인다.
같은 리튬이지만 가격 추이는 정반대다. 수산화리튬은 지난달 말 기준을 t당 7만달러를 넘겼다. 전년 동기 대비 세 배 이상 급등했다. 반면 탄산리튬 가격은 t당 35만위안대를 기록했다. 3개월 새 40% 하락했다. 매장된 리튬이 수산화리튬으로 밝혀지면 새로운 돈 줄기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란과 반(反)서방 동맹을 맺은 러시아, 중국 등에도 희소식이다. 이란이 리튬 매장 소식을 전한 직후 러시아 국영 매체 스푸트니크는 "서방의 제재를 무력화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와 이란은 리튬을 활용해 유럽과의 협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란과 러시아 모두 유럽연합(EU)에 제재를 받는 처지라서다.
중국이 이란과 리튬 동맹을 맺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이 배터리 강국이란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경제 제재받는 이란은 중국 자본이 필요한 입장이다. 챈들러 애널리스트는 "이란에는 리튬을 대량으로 추출한 뒤 정제할 능력이 없다"며 "새로운 리튬 공급원을 찾는 중국 배터리 업체가 경쟁적으로 이란 광산개발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