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독일 카셀 주립대학 캠퍼스 안에 평화의 소녀상을 영구 설치하는 사업을 주도한 토비아스 슈누어 당시 총학생회장. 연합뉴스
독일 카셀 주립대학은 9일(현지시각) 학생들이 세운 평화의 소녀상을 기습 철거했다. 철거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대학 측은 "동상은 영구설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카셀대 총학생회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평화의 소녀상이 오늘 새벽 우리가 모르는 사이 대학 측에 의해 철거됐다"면서 "곧 관련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총장 측과 이를 반대하는 총학생회 측이 대치 중이었고 관련 협상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일방적으로 기습 철거에 나서다니 충격적"이라며 "일본 측의 지속적인 철거 압박이 있었던 정황은 뚜렷하다"고 말했다.
소녀상 조각가 부부 김운성·김서경 작가에게 소녀상을 기증받아 카셀대 총학생회 측에 소녀상을 영구대여한 재독시민사회단체 코리아협의회는 이와 관련해 내주 카셀대에서 대규모 규탄 집회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 7월 독일 카셀대 학생들이 캠퍼스에 영구설치하기로 결의한 평화의 소녀상. 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카셀대 소녀상 설치 사흘 뒤 프랑크푸르트 일본 총영사가 카셀대 총장을 만나 '소녀상이 반일 감정을 조장해 카셀 지역의 평화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철거 요청을 했다"며 "이후 (대학은) 업무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지속적인 일본 총영사의 방문과 극우 및 일본 시민들의 악성 메일에 시달렸고, 결국 일본 정부 측의 다양한 압박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카셀대 소녀상 철거는 일본 정부의 오만하고 뻔뻔한 역사 부정과 왜곡의 대표적 사례로,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압박한 일본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카셀대는 이날 웹사이트를 통해 소녀상을 가리켜 "코리아협의회의 대여 전시품이 9일 전문가들에 의해 철거됐다"라며 "협의회 측이 이를 가져갈 때까지 주의 깊은 보호 조처하에 창고에 저장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카셀대에서 예술품 영구전시는 교육과 학술연구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병행되고 설치장소에 대한 내용상 관련성이 입증되는 경우에 한해 학교 교수진과 총장단과의 공동결정을 통해 이뤄진다"면서 "이번 동상(소녀상)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카셀대 총학생회는 지난해 7월 학생회 본관 앞 신축공원에 평화의 소녀상을 영구설치했다. 독일 대학 캠퍼스 내 첫 설치 사례로, 총학생회는 이를 위해 부지 사용에 대해 대학 측의 허가를 받았고 학생 의회에서 소녀상 영구존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