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22일 상원 세출소위원회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은행권 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포괄적 예금 보장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22일(현지시각) 상원 세출소위원회 청문회에서 예금주들의 심리 안정을 통한 인출 사태(뱅크런) 방지 대책을 설명하면서 “예금에 대한 포괄적 보험이나 보장”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은행 예금 전반에 대해 현행 연방예금보험공사의 보장 한도인 25만달러(3억2450만원)가 넘는 부분까지 전액 보장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앞서 일부 미국 언론은 재무부가 불안 심리 확산에 따른 은행 연쇄 도산을 차단하려고 한시적으로 포괄적 예금 보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옐런 장관은 특정 은행의 실패가 “전염성 있는 뱅크런 위기 같은 시스템의 위기로 간주될 때 예외적으로 연방예금보험공사가 예금 전액을 보호하는 조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은행의 도산이 연쇄적 뱅크런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지를 건건이 따져 예금 보장 한도를 없애줄지를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옐런 장관은 전날에도 “소형 금융기관들이 전파 우려가 있는 예금 인출 사태를 겪는다면 비슷하게 행동하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이나 시그니처은행에 대해서처럼 위기에 빠지는 제3의 은행에 대해서도 예금 전액 보장 조처를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밝힌 발언이었다. 하지만 옐런 장관이 은행권 전반에 대한 포괄적 예금 보장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자 이날 지역 은행들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옐런 장관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은 규제를 강화하고 뱅크런이 발생한 은행들을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옐런 장관은 “이 은행들에서 어떤 요인들이 실패를 불러왔는지 아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준금리를 결정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외부에서 (실리콘밸리은행 등을) 반드시 조사할 것”이라며 “은행에 대한 감독과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고 했다. 연준은 이미 내부적으로 실리콘밸리은행의 문제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파월 의장은 실리콘밸리은행이 순식간에 무너졌을 때 연준도 당황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그 첫 주말에 우리 모두는 스스로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를 물어봐야 했다”고 전했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