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동영상 캡처
미국의 MZ 세대가 빚더미에 올라앉은 것으로 파악됐다. 30대 ‘밀레니얼 세대’와 20대 ‘Z세대’의 부채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외신들은 이들 세대가 코로나19와 집값 폭등 등 사방에서 터지는 악재에 두들겨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미국 MZ 세대들 사이에서는 카드 대신 현금 사용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시작부터 불리한 위치에 놓은 밀레니얼 =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30대 밀레니얼 세대는 사회생활 첫 시작부터 불리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 세대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영향으로 경기가 침체했던 2007∼2009년에 일을 시작해 수입에 제약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또 한창 자녀를 낳아 키워야 하는 시기에는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해 어려움을 겪었다. 자녀들의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계획에 없던 사교육비나 보육료 등으로 수천 달러를 지출했기 때문이다. 여기다 첫 내 집 마련을 하려던 시기에는 높은 금리와 집값 상승으로 경제적인 압박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들은 밀레니엄 세대를 빚더미에 앉히는 배경이 됐다. 실제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부채 총액은 지난해 4분기 기준 3조8000억 달러(약 4800조 원) 이상으로 2019년 말보다 27% 증가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부채 증가세는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가파른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에서 젊은 소비자 분석을 담당하는 샬럿 피린시파토는 "밀레니얼 세대 입장에서는 모든 방향에서 두들겨 맞은 격이다. 그들은 자신의 재정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부채 늘어나는 Z세대 = Z세대도 빚더미에서 자유롭지 않다. 블룸버그통신은 크레디트카르마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4분기 Z세대의 1인당 평균 부채가 1만6283달러(약 2085만 원)로 같은 해 3~5월 대비 약 3.1%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카드빚도 마찬가지다. Z세대의 평균 신용카드 부채는 5.9% 증가한 2781달러로 집계됐다. 금액은 다른 세대에 비해 가장 작았지만, 증가 폭이 전 세대 중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거듭하면서 신용카드 대출의 이자율도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2월 기준으로 미국 신용카드 대출 평균 이자율은 연 20%에 육박했다. 이자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부채 잔액이 계속해서 늘어난다면 신용점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Z세대의 경우 평균 신용점수는 653점으로 전체 세대 중 가장 낮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신용카드 대신 ‘현금분류’ 트렌드 = 상황이 이렇다 보니 궁여지책으로 카드 대신 현금 사용이 MZ 세대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다. AFP 통신은 중국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서 ‘현금분류’ 해시태그를 단 채 모든 소비를 현금으로 하는 동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금분류는 아직 신용카드 사용이 일반화되지 않았을 때 현금을 ‘집세’ ‘쇼핑’ 등 사용 목적에 따라 봉투에 나눠 담았던 행위를 일컫는 표현이다. 고물가 시대를 맞아 현금을 나눠 지출을 통제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버지니아주의 주디아 그라이너(25)는 AFP에 "대학생이던 2년 전 현금분류를 시작했다"며 "이 방법을 통해 7500달러를 아껴 학비를 냈다"고 말했다. 또 그라이너는 "신용카드는 진짜 돈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현금을 쓰면 돈이 사라지는 것을 물리적으로 볼 수 있고 지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금융자문서비스 스태시 웰스 창업자 프리야 멀라니는 "경기 침체 시대에 현금분류 전략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사람들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소비 방법을 찾는 것은 당연하고, 손에 쥔 1달러 지폐에서 안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