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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의 연쇄 파산 이후 미 은행에서 약 984억 달러(127조9200억 원)가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예금 유출 대부분이 중소형 은행에서 발생했다. 상당수는 머니마켓펀드(MMF) 등 다른 저위험 투자처로 옮겨간 것으로 분석됐다.

블룸버그는 25일(현지시간) 미연방준비제도(Fed·연준)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 15일 예금 잔액이 17조5000억 달러로 1주일 전보다 984억 달러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1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소규모 은행의 예금은 1200억 달러 감소했고, 상위 25개 대형은행 예금은 670억 달러 가까이 증가했다. 지방은행 시스템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고객들이 자금을 대형은행으로 옮긴 것이다.

정기예금처럼 만기일이 있는 계좌를 제외한 ‘기타’ 예금은 782억 달러 감소한 15조7000억 달러로 집계됐다. 블룸버그는 “저축이나 당좌 예금과 같은 유동성이 높은 예금은 6.1% 감소했다”며 “이는 1970년대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자산운용협회(ICI)는 SVB 붕괴 이후 2주 동안 주로 저위험 증권에 투자하는 뮤추얼 펀드의 일종인 MMF에 약 2400억 달러가 유입됐다고 추산했다. JP모건은 최근 2주 동안 5500억 달러(약 716조 원)가 중소규모 지역 단위 은행에서 대형 은행과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중소형 은행에 대한 고객의 불안감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독일 최대은행 도이체방크가 휘청거리면서 금융시장 위기감이 높아지자 미 당국은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전날 예정에 없던 금융안정감독위(FSOC)를 열고 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회의에는 옐런 장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게리 갠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 마틴 그룬버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 등이 참석했다. 위원회는 “일부 기관이 스트레스를 겪고 있으나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여전히 건전하고 탄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옐런 장관은 “필요한 경우 추가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상황이 진정되려면 더 시간이 걸릴 것이지만 곧 폭발할 것 같은 어떤 것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은행들은 꽤 양호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한 불안감은 이해한다”면서도 “중간 규모 은행들은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하며,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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