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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아인이 길고 긴 시간 끝에 죄를 인정했다. 프로포폴, 대마, 코카인, 케타민 등 4가지의 마약 투약 혐의로 논란이 된 그는 50일 만에 입을 열고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건강한 순간'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달라며 호소했다.

유아인은 27일 오전 9시 20분께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 출석했다. 피의자 신분 첫 비공개 소환 조사에 임한 유아인은 이후 12시간 뒤인 밤 9시 17분께 조사를 마치고 나와 "불미스러운 일로 이런 자리에 서서 그동안 나를 사랑해주셨던 많은 분께 큰 실망을 드리게 된 점 깊이 반성한다"며 "이런 나를 보기 많이 불편하시겠지만 나는 이런 순간들을 통해 그동안 내가 살아보지 못한, 진정 더 건강한 순간들을 살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싶다. 실망 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입장을 전했다.

경찰 조사를 마친 하루 뒤인 28일 유아인은 자신의 개인 계정을 통해 다시 한번 사죄와 반성의 회한이 담긴 장문의 입장문을 게재했다. 그는 "나로 인해 영화, 드라마, 광고 등 소중한 작업을 함께한 분께, 어제 전하지 못한 사죄의 마음을 전한다. 무거운 책임을 무책임으로 버텨온 순간들에 대해 깊게 반성하며 저마다의 소중한 꿈과 목표를 이루고자 했던 수많은 동료 여러분과 관계자 분께 피해를 드려 죄송하다. 내가 가져야 할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사죄했다.

또한 "많은 분이 나를 지지해 주시고 아낌없는 격려와 애정을 줬는데, 배우의 업을 이어오며 한편으로는 나 자신을 스스로 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크나큰 후회와 부끄러움을 느낀다. 또한 그런 잘못으로 인해 많은 분께 큰 상처를 드렸다"며 "사건이 불거지고 불충분했던 반성의 시간 동안 나는 내 과오가 어떠한 변명으로도 가릴 수 없는 잘못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지했다. 내가 가져왔던 자기 합리화는 결코 나의 어리석은 선택을 가릴 수 없는 잘못된 생각이었다. 앞으로 있을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여러분의 모든 질타와 법의 심판을 달게 받겠다. 다시 한 번 깊은 사죄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 "개인적 일탈 행위" 마약 투약 혐의 인정

유아인은 이날 "조사에서 밝힐 수 있는 사실들 그대로 말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사건의 경위와 관련된 조사를 받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충분히 사실대로 내 입장을 전했다.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내가 그 내용들을 직접 말하기 조심스럽다"고 입장을 전했다.

특히 유아인이 직접 꺼낸 심경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바로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한 '인정'이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일탈 행위들이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자기 합리화한 점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며 대중 앞에 고개를 숙였다. '개인적 일탈 행위'는 사실상 유아인이 마약 투약 혐의를 스스로 인정한 발언이다.

앞서 유아인은 지난 2021년 초부터 서울 강남, 용산 일대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상습적으로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유아인은 프로포폴 상습 투약에 대해 소속사를 통해 "바늘 공포증이 있어 수면마취를 하게 됐다"라는 해명을 내놓은 바 있다. 또한 신체 압수수색의 소변과 모발 채취 검사에서 대마의 주성분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 양성 반응이 나왔다. 더불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 감정에서 코카인과 케타민까지 검출됐다. 특히 코카인은 강한 환각과 중독으로 필로폰, 헤로인과 함께 3대 마약으로 불릴 정도로 강력하게 규제되고 있는 약물이다. 작은 양을 투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과잉 복용인 셈인데 유아인이 코카인 검출에 대해 어떤 진술을 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구속영장? 집행유예?

경찰은 지난 1월 5월 미국에서 귀국한 유아인에게 현장에서 신체 압수수색 영장을 벌인 것을 시작으로 공개적이고 대대적인 마약 수사를 펼쳤다. 당시 유아인은 참고인 자격으로 귀국 다음 날인 6일 경찰에 출석해 한차례 조사를 받았음에도 경찰은 유아인의 해외 도피를 우려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심으로 시작된 유아인의 마약 혐의는 검사를 통해 더욱 충격적으로 확대됐다. 일차적으로 국과수에 의뢰한 유아인의 마약류 감정 간이 검사에서 대마의 주성분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 양성 반응이 나왔고 이후 감정 결과에서 프로포폴 성분도 나타났다. 경찰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유아인이 지난 2021년 한 해 동안 프로포폴을 총 73회에 걸쳐 투약했고 합계 투약량이 4,400㎖가 넘는다'라는 내용의 기록을 넘겨받았다. 또한 국과수 정밀 감정에서 코카인과 케타민 성분까지 검출되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게 됐다.

단순한 의료용 마약 오남용 문제에서 그치지 않게 된 유아인에 경찰은 유아인이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병원과 의료진을 수색하는 것은 물론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유아인의 현 소재 주거지와 전에 거주하던 자택 2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 유아인의 마약 투약 혐의를 입증할 증거물을 확보했다. 지난 13일, 14일에는 유아인의 지인과 매니저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고 유아인을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지난 27일 첫 비공개 소환 조사를 펼쳤다.

경찰은 지금까지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유아인이 의심받고 있는 프로포폴 상습 투약과 대마, 코카인, 케타민 등의 마약류를 투약한 경위를 이날 조사에서 물었고 조사 결과에 근거해 구속영장 청구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다만 법조계는 이번 유아인의 마약 논란에 대해 '집행유예'를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단 유아인이 선임한 초호화 변호인단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 핵심 치트키로 떠올랐다. 유아인의 법률 대리인인 법률사무소 인피니티 박성진·차상우·안효정 변호사로 특히 박성진 변호사는 1996년부터 27년간 마약 전담 검사로 활약한 전력이 있다. 대검찰청 마약과장,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검사 등을 거치며 일명 '마약 수사통'으로 불린 그는 지난 2013년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논란이 된 배우 이승연, 박시연, 장미인애, 현영 등을 불구속기소 해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여기에 차상우, 안효정 변호사 역시 검찰 출신 변호사로 국내 최대 규모 로펌으로 유명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이다. 이러한 초호화 변호인단으로 중무장한 유아인은 '초범'임을 강조하고 있고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또한 "마약 투약 공범 수사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가벼운 집행유예로 사건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줄 잇는 차기작 행방

충무로 '대세' 배우 중 하나였던 유아인이 해결해야 할 또 다른 난제는 바로 줄 잇는 차기작이다. 유아인은 올해 상반기 넷플릭스 영화 '승부'(김형주 감독, 영화사 월광 제작)와 NEW가 투자·배급하는 영화 '하이파이브'(강형철 감독, 안나푸르나필름 제작),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정성주 각본, 김진민 연출)까지 세 편의 작품을 공개할 예정이었다. 더불어 오는 6월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연상호·최규석 각본, 연상호 연출) 시즌2 촬영을 앞두며 '대세'다운 바쁜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충격의 마약 논란으로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 이미 촬영을 끝낸 '승부' '하이파이브' '종말의 바보'는 작품 공개를 앞두고 유아인이 던진 마약 폭탄에 제대로 직격탄을 맞게 됐다.

그중 가장 속이 타들었던 플랫폼은 넷플릭스다. '승부'와 '종말의 바보' 그리고 촬영을 앞두고 있던 '지옥' 시즌2까지 유아인의 차기작 세 편을 품고 있었던 넷플릭스는 유아인의 마약 논란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면서도 물밑에서 제작진과 함께 작품 공개 여부를 두고 실랑이를 벌였다. 그리고 가장 먼저 정리된 작품은 '지옥' 시즌2다. 불행 중 다행으로 촬영 직전 유아인의 마약 논란이 터지면서 가장 빠르고 손쉽게 정리할 수 있었던 것. 넷플릭스는 '지옥' 시즌2에서 유아인이 맡을 예정이었던 새진리회 1대 의장 정진수 역으로 김성철을 캐스팅해 일단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는 올해 얼마 남지 않은 상반기 안에 공개를 예고한 '승부'다. 경찰 조사 결과를 기다린 뒤 작품 행방을 결정하겠다는 넷플릭스는 결국 피의자 유아인의 첫 소환 조사 직전 '손절'을 택했다. 넷플릭스는 '승부'에 '잠정 보류'를, '종말의 바보'는 '잠정 연기'라는 공식 입장을 전했다. 넷플릭스가 두 작품을 대하는 온도 차가 확실히 느껴지는 부분이다. 먼저 '종말의 바보'는 유아인 외에도 안은진이 주축이 돼 이끄는 시리즈다. 유아인의 출연 분량을 최대한 편집할 '희망'이 남아 있는 작품으로 제작진은 일단 '후반 작업'으로 유아인 꼬리를 자르기로 결정, 이야기를 재정비해 후반 작업을 마치고 작품을 전 세계에 공개하겠다는 의지로 '잠정 연기'를 택했다.

반면 '승부'는 '연기'보다는 더 포괄적인 '보류'로 고민의 크기를 알렸다. 한국 바둑 전설로 불리는 조훈현(이병헌)과 이창호(유아인)의 세기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조훈현과 이창호의 대결이 '승부'의 핵심 스토리인 작품으로 사실상 '유아인 도려내기'가 불가능하다. 당초 계획했던 5월 공개는 이미 무산된 지 오래. 유아인을 향한 국민적 반감이 큰 상황인 지금 넷플릭스는 무리해 작품을 공개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다만 유아인을 제외하고 이병헌을 비롯해 작품에 참여했던 조·단역, 스태프들의 헌신을 생각했을 때 섣불리 '승부'를 폐기할 수도 없는 노릇. 결국 넷플릭스는 공개 자체를 포함한 모든 사안을 올스톱, 유아인의 사건 종결 이후 국민적 정서를 반영해 다시 논의하겠다는 취지로 입을 모아 '잠정 보류'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유아인의 또 다른 차기작인 '하이파이브'는 '종말의 바보'와 비슷한 포지션을 유지할 계획이다. '하이파이브'의 투자·배급을 맡은 NEW는 "'하이파이브'는 현재 후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제작진 모두가 최선을 다해 후반 작업 중인 상태로 아직 개봉 시기에 대한 논의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스포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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