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장 태운 채 실종, '전대미문의 일'
탑승자 발견 못해...부품 등만 회수
사단장 등 10명을 태운 일본 육상자위대 헬기가 6일 오후 이륙한 지 10분 만에 오키나와현 남쪽 미야코지마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 사진은 실종된 헬기와 동일한 UH-60JA 기종의 자료사진. 육상자위대 제공. EPA 연합뉴스
사단장 등 10명을 태운 일본 육상자위대 헬기가 이륙 후 10분 만에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난세이(南西)제도 인근 상공에서 벌어진 일로, 중국의 대만 침공 등에 대비해 일본이 병력과 장비를 확충하고 있는 지역이다.
자위대 헬기 사고는 이따금 발생하지만 사단장이 탄 헬기가 실종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사고 당시 날씨가 좋았고 조난 신고도 접수되지 않아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전 육상막료장, "사단장이 탄 항공기 행방불명은 전대미문"
7일 아사히신문과 NHK방송 등에 따르면 실종된 헬기는 육상자위대 제8사단 제8비행대 소속 UH-60JA다. UH-60은 보통 '블랙호크'로 불리는 다목적 헬기다. 6일 오후 3시 56분쯤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 주변을 비행하던 중 레이더에서 항적이 사라졌다. 지난달 30일 부임한 사카모토 유이치 사단장을 비롯해 조종사와 대원 등 10명이 탑승해 있었다. 미야코지마는 난세이제도의 일부이며 2년 전 자위대 미사일 기지가 설치됐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곧바로 “인명구조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대처해 나가겠다”고 했으나 7일 오후까지 생존자나 실종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한국 육군참모총장에 해당하는 육상막료장 출신인 도미자와 히카루 도요가쿠엔대 명예교수는 “사단장이 탄 항공기의 행방을 알 수 없다는 것은 전대미문의 일"이라고 말했다.
사단장 등 10명을 태운 일본 육상자위대 헬기가 6일 오후 이륙한 지 10분 만에 오키나와현 남쪽 미야코지마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 사진은 6~7일 밤샘 수색을 벌인 일본 해상보안청이 발견한 것으로, 실종된 헬기의 일부로 추정된다. 일본 해상보안청 제공. AFP 연합뉴스
무리하지 않는 정찰 비행 중 사고... 기상에도 문제없어
사고 헬기는 새로 부임한 사단장과 간부들에게 지역 지형 등을 설명하는 정찰 비행을 하는 중이었다. 방위성 관계자는 “난세이제도 주변에서 중국군 활동이 활발해지는 만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섬 지역을 상공에서 시찰하는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교도통신은 “이런 정찰 비행은 무리할 필요가 없는 데다 10명이 탔으니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비행했을 것”이라는 육상자위대 간부의 말을 전했다. 무리한 비행이 사고의 원인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뜻이다.
기상에도 문제가 없었다. 사고 당시 시야가 10km 이상 확보된 양호한 상태였다. 구름이 눈에 띄게 발달하거나 바람이 강하지도 않았다. 번개도 감지되지 않았다.
엔진 고장 가능성도 낮다. 사고 헬기에는 두 개의 엔진이 탑재돼 있어 하나가 고장 나도 비행을 계속할 수 있다. 실종 2분 전 공항 관제소와 교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지만, 긴급상황을 알리는 내용이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도움을 요청할 시간도 없이 바다에 추락했을 순 있다.
사단장 등 10명을 태운 일본 육상자위대 헬기가 6일 오후 이륙한 지 10분 만에 오키나와현 남쪽 미야코지마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 사진은 6~7일 밤샘 수색을 벌인 일본 해상보안청이 발견한 것으로, 실종된 헬기의 일부로 추정된다. 일본 해상보안청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판단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원인 규명을 위해선 기체 회수가 가장 중요한데 찾아낸 것은 문짝, 날개, 창틀 등 일부 부품과 펼쳐지지 않은 구명보트 정도다. 부근 해역은 수심이 100m가 넘는 곳도 있을 정도로 깊어서 무거운 기체 부분이 해저에 가라앉았다면 인양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