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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40%가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 앓아
전후에 심은 삼나무가 원인으로 꼽혀


"에취!" 알레르기 환자에게 가장 힘든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봄에는 알레르기 약을 처방받아서 다니는데요. 재채기했다가 콧물을 흘렸다가 간지러운 눈을 비볐다가를 반복하면서 이때가 삶의 질이 가장 떨어지는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일본도 4월 중순까지 '카훈쇼'(花粉症·화분증)라고 불리는 꽃가루 알레르기가 기승을 부립니다. 여기에 지난 3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꽃가루 알레르기를 사회 문제처럼 관리해야 한다며 대책 마련에 나선다고 공언해 더 주목받았죠. 얼마나 심하면 총리까지 나서서 지시를 내리는 걸까. 오늘은 이 꽃가루 알레르기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삼나무에서 날리는 꽃가루.(사진출처=일본 환경성)

 

日 꽃가루 알레르기는 대중 질환…40% 이상이 걸려

먼저, 총리가 대책을 지시하는 이유는 꽃가루 알레르기 질환을 앓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발표한 일본 환경성의 '꽃가루 알레르기 환경 보건 매뉴얼'에 따르면, 이비인후과 의사 단체가 10년 단위로 실시한 조사에서 꽃가루 알레르기 유병률은 1998년 19.6%, 2008년 29.8%, 2019년 42.5%로 10년마다 10%씩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42.5%면 세 명 중 한명 이상은 알레르기 환자라는 뜻으로, 일본에서는 '국민병'으로 불리는 이유기도 합니다. 약 2000만명이 꽃가루 알레르기를 앓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삼나무 꽃가루인데, 2019년 삼나무 꽃가루에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의 비율은 38.8%였다고 합니다. 삼나무 수꽃 한 송이가 약 40만개의 꽃가루를 퍼뜨린다고 하네요. 이 외에도 편백, 자작나무, 왕벚나무, 볏과, 국화과 꽃 등 50가지 종류의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유발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봄철 기상예보에는 언제나 꽃가루 정보가 같이 등장하는데, 오늘은 꽃가루가 얼마나 많이 날릴지를 예측해 발표합니다.
 

일본 꽃가루 기상예보.(사진출처=일본 기상청)

 

전후에 대량으로 심어…450만㏊에서 꽃가루 날려

그렇다면 왜 유독 일본이 꽃가루 알레르기를 앓는 사람이 많을까요? 이는 역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패전 이후 건물을 복구하고, 새로운 도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건축자재가 필요하게 됩니다. 나라에서 적극적으로 목재로 쓰일 삼나무와 편백을 심게 되는데요. 약 450만ha에 달하는 삼나무 숲이 조성됐다고 합니다.

삼나무는 보통 심으면 30~50년 뒤에 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크기로 성장합니다. 문제는 이 나무들이 크고 보니 다른 나라의 저렴한 목재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싼 수입 목재를 사면되니 이미 심은 삼나무는 베어낼 필요가 없고, 그러다 보니 지금처럼 꽃가루가 흩날리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꽃가루 알레르기가 급증하기 시작한 1970년은 삼나무가 성장을 끝낸 시기와 맞물립니다.

문제는 자꾸만 높아지는 유병률입니다. 삼나무 숲과 먼 도시에서도 알레르기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요, 이는 아스팔트에 떨어진 꽃가루가 흡수되지 못하고 바람을 타고 다시 흩날리게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지구 온난화로 나타나는 고온 현상도 알레르기를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여름이 더우면 이듬해 봄 꽃가루 양이 더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이쯤 되니 왜 기시다 총리가 공식 발표를 했는지 이해가 갑니다.
 

해결엔 몇백년 걸린다…일상생활에서부터 예방해야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오래도록 이 문제 해결을 고심해왔습니다. 1995년 자민당에서는 '재채기 의원연맹'으로 불리는 알레르기 대책 연구 의원 모임도 있었고, 고이즈미 전 총리도 2005년 내각부에 '꽃가루 알레르기 대책 연구회'를 설치했죠. 기시다 총리도 이번에 부처 간 정보 공유를 활발히 해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얼마나 효과적인 대책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사실 제일 좋은 방법은 원인이 되는 삼나무를 베어버리고 꽃가루가 적은 종류로 옮겨심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넓은 삼나무 숲을 다 벌목하는데 30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물리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인데요.

이 때문에 일본 환경성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실행할 수 있는 꽃가루 알레르기 예방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참조할 수 있을 것 같아 소개합니다. 일단 꽃가루는 맑고 기온이 높은 날,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 비가 그친 다음 날이나 따뜻한 날이 2~3일 지속된 뒤 가장 많이 날린다고 합니다. 이때 외출을 한다면 특히 신경을 쓰셔야겠죠.

또 마스크와 안경을 함께 착용하면 점막에 들어가는 꽃가루 중 많은 부분을 차단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울로 만들어진 의류는 꽃가루가 쉽게 달라붙기 때문에 이 기간 니트류를 입는 것은 자제해야 합니다.

환기 때문에 고민하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창문 여는 폭을 10cm 정도로 줄이고 레이스 커튼 등을 쳐놓으면 실내로 유입하는 꽃가루를 4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코안에 바르면 꽃가루를 막아 준다는 연고 등 시중에 나온 꽃가루 알레르기 예방 제품이나, 요구르트를 꾸준히 먹어 예방하기 등의 민간요법은 대부분 효과가 없으니 증상이 심할 경우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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