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에도 경기 회복 더디자
1990~2000년대 패션 재유행
‘X세대 패션’ 티피코시 재출시
데님과 카고 패션 아이템 인기
양말은 발목 덮는 디자인 복귀
BYC 국민양말. <사진 제공=BYC>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작된 ‘Y2K(Year 2000) 패션’ 열풍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주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아이템이 다시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특히 청치마 등 데님 패션과 카고바지 등이 다시 유행으로 떠오르고 있다.
Y2K 패션이 대세로 떠오르자 패션업체들은 앞다퉈 복고 패션 아이템을 출시하고 있다. 특히 과거 유행하다 사라졌던 브랜드를 다시 출시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1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LF는 티피코시를 다시 론칭한다고 이날 밝혔다.
LF의 전신 반도패션이 만든 브랜드인 티피코시는 1990년대 이례적으로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을 모델로 기용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김건모, 삐삐밴드 등과 같은 유명 가수를 모델로 기용했는데, 당시 대학생이던 X세대들의 호응에 힘입어 전국에 매장을 210여개 운영할 만큼 성장했다. 티피코시는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사업을 대폭 축소했고 2008년 결국 브랜드가 사라졌지만 최근 들어 복고 열풍이 불면서 다시 출시하게 됐다.
LF는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로 티피코시를 재출시하기로 하고 오는 16일까지 티저 이벤트를 열기로 했다. LF 관계자는 “티피코시는 기성세대에는 향수를, 새로움을 갈망하는 Z세대에게는 호기심과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오리지널 브랜드 감성을 새롭게 재해석한 제품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Y2K 패션 가운데 데님과 카고 패션이 급부상하고 있다. 중소 브랜드 위주로 구성된 패션플랫폼 하고(HAGO)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중순까지 데님 스커트 상품 등록은 전년 대비 184% 폭증했다. 대형사 뿐만 아니라 중소형 브랜드까지 Y2K 패션 아이템을 대거 내놓고 있는 것이다. 패션플랫폼 또한 이런 트렌드를 확인하고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데님 패션을 대거 출시하면서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frrw 데님라인. <사진 제공=W컨셉>
패션플랫폼 W컨셉의 PB브랜드 frrw는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데님 분야 매출이 전년 대비 6배 늘었다고 밝혔다. 이른바 ‘청청패션’인데 frrw는 올해 핵심 트렌드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데님 바지 4종을 출시했다. LF몰 또한 처음으로 내놓은 PB브랜드 스탠다이얼에서 올해 봄·여름 시즌을 맞아 ‘에센셜 데님 라인’을 최근 출시했다. 1990년대 유행하던 스타일을 재해석해 바지, 미니스커트, 크롭 셔츠, 오버핏자켓 등 총 8종을 출시했다. 이 밖에 주머니를 상의와 하의에 배치하는 카고 패션 또한 Y2K 핵심 아이템으로 꼽힌다. 아웃도어 브랜드 레드페이스는 옷 외부에 노출된 ‘아웃포켓’을 적용한 카고 스타일 조끼 ‘멀티 포켓 트레블 베스트’를 출시했다.
특히 Y2K 패션은 양말까지 확산되고 있는데, BYC가 2019년 내놓은 ‘국민양말 세트’는 자사 로고를 양말에 두드러지게 표현해 레트로 감성을 표현한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었다. BYC 관계자는 “최근 들어 발목 위를 덮는 양말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라면서 “오랜기간 동안 스니커즈 양말처럼 발목을 덮지 않은 양말이 유행했는데 올해 들어서는 발목을 덮는 양말의 판매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패션업계는 불황이 깊어질수록 과거를 회상하는 복고 패션이 부활하는 것을 불문율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은 2000년대 들어 장기 불황이 시작되자 1970~1980년대를 추억하는 콘텐츠와 패션이 다시 유행하는 현상이 나타났던 바 있다. 한국 또한 코로나19 사태 이후 좀처럼 경기가 회복되지 못하자 복고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삶이 팍팍해진 중장년층이 젊었을 때 입던 패션을 소환하고 있다”라면서 “그들의 자녀 세대가 청소년으로 성장하면서 젊은층에서도 Y2K 패션이 유행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