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등 서식 꼬마갈대뱀, 포식자 회피 새 행동
내리막길 가속도, 평지서도 시도…“힘들어 몇초만 지속”
냄새 흔적 덜 남기는 효과…소형 뱀에 광범한 행동일 수도
공중에 몸을 날린 뒤 고리를 만들어 지표면에서 구르는 식으로 달아나는 꼬마갈대뱀. 제힘으로 굴러 달아나는 행동은 파충류에서 처음 보고됐다. 에반 셍 홧 콰 제공.
뱀은 다리가 없지만 유연하고 강력한 근육과 비늘을 이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이동한다. 몸을 납작하게 해 나무 사이를 활공하는가 하면 사막 모래표면을 헤엄치듯 이동하고 심지어 매끄러운 원통 기둥을 몸으로 올가미를 만들어 기어오르기도 한다(▶이쯤되면 ‘묘기’…이 뱀이 괌 토종새 멸종시킬 만했네).
여기에 만화에 나올 법한 기발한 이동 방법이 추가됐다. 긴 몸을 공중에 날려 수레바퀴처럼 만든 뒤 땅 위에서 굴러 빠르게 이동하는 행동이 발견됐다.
에반 셍 홧 콰 말레이시아 사바 대 생물학자 등은 과학저널 ‘바이오트로피카’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꼬마갈대뱀(학명 수도랍디온 롱기켑스)이 파충류에서 처음으로 굴러 도망치는 행동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뱀은 타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수마트라, 보르네오, 필리핀 등의 열대림에서 사는 소형 야행성 뱀으로 낮 동안에는 낙엽이나 쓰러진 나무 밑, 바위틈에 숨어 지낸다.
꼬마갈대뱀은 동남아 열대림의 낙엽 밑 등에 숨어지내는 작고. 소심한 야행성 뱀이다. 타이 국립공원 제공.
그런데 포식자에 들키면 “반복해서 공중으로 몸을 던져 고리를 만들어 경사를 굴러 내려간다”며 “포식자가 놀라고 당황한 사이 뱀은 재빨리 달아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뱀은 5초 안에 1.5m를 이동했다.
콰 박사는 시엔엔(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동작은 매우 힘들어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보통 몇 초 동안 지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몸을 수레바퀴처럼 만들면 경사길에서 가속도를 붙일 수 있다”며 “그렇지만 뱀을 붙잡아 평지에 놓아주었을 때도 굴러가는 동작을 여러 차례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중으로 몸을 던져 구르는 동작이 땅에 냄새 흔적을 덜 남기는 효과가 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꼬마갈대뱀은 새와 산호뱀 같은 다른 뱀의 먹이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몸을 굴려 포식자를 회피하는 꼬마갈대뱀의 구르기 연속 동작. 콰 제공.
몸을 굴리는 도피 행동은 나방 애벌레나 사막의 거미 등에서 관찰된다. 그러나 꼬마갈대뱀처럼 자기 힘으로 하는 능동적 구르기와 달리 이들은 비탈이나 바람 등 외부 힘을 이용한 수동적 구르기이다.
콰 박사는 보도자료에서 “(구르는 도피 행동은) 다른 꼬마갈대뱀과 같은 아과에 속하는 뱀 등 다른 소형 뱀에도 널리 퍼져 있을 것 같다”며 “비밀스러운 종이어서 그런 행동을 관찰하기가 힘들어 기록이 없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