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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헌법재판소가 2019년 4월 11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4년이 흘렀습니다. 헌재는 2020년까지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라고 했지만, 정부와 국회는 여전히 제대로 된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 '낙태'는 불법과 합법 사이 어딘가에서 갈등만 키우고 있죠.

다행히도(?) 우리만 그런 건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낙태권'은 선거판을 뒤흔드는 뜨거운 이슈입니다. 미국 정치권은 '낙태권' 이슈에 기름을 붓기도, 멀찍이 떨어져 불구경을 하기도 하면서 정치의 역할을 외면하고 있죠. 어딘지 우리와 닮아 있는 미국의 '낙태권'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경구 낙태약 ‘미페프리스톤’ (출처 : AP)

■ 텍사스 법원 '낙태약 금지' 결정 파장

미국 텍사스 연방 법원이 지난 7일(현지 시각) 경구 낙태약 '미페프리스톤'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낙태 반대 의사단체가 이 약의 시판 승인을 철회해 달라는 소송을 냈는데, 그 판결이 나올 때까지 유통하지 말라는 임시 결정을 내린 겁니다.

판사는 "처음에 사용 승인 결정을 내릴 때 약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이 이유대로면 본안 재판에서도 결국 유통 금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 남부에 있는 텍사스 주는 전통적으로 보수색이 강한 지역으로 꼽힙니다.

경구 낙태약이 불법인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2000년부터 '미페프리스톤'이 널리 쓰여 왔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승인 이후 지금까지 560만 명이 이 약을 먹었습니다. 먹는 낙태약으로는 거의 유일한 제품입니다. 미국에서는 임신 10주 이내에 의사 처방전만 있으면 동네 약국에서도 이 약을 살 수 있습니다.
 

미국의 여성 단체가 ‘낙태는 의료다’라고 쓰여진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출처 : AP)


■ 같은 약 다른 판결

그런데 같은 날, 미국 워싱턴주 연방 법원이 텍사스와는 정반대의 결정을 했습니다. 또 다른 소송에서 식품의약국(FDA)이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사용 승인을 철회하지 말아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겁니다. 이 소송은 워싱턴 주 등 미국 17개 주에서 동시에 제기됐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서는 지금처럼 먹는 낙태약을 유통·구매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같은 약인데 텍사스에서만 먹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혼란은 커졌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텍사스 법원의 결정을 비판하며 곧바로 항고장을 냈습니다. 그러자 상급법원은 지난 12일 또 새로운 판단을 내립니다. 텍사스 법원의 결정을 '일부만 보류'하라는 겁니다. 이에 따라 약 사용 자체는 다시 허용됐지만, '임신 7주'까지로 기간이 단축되는 등 텍사스에만 적용되는 별도의 기준이 생겼습니다.

연방 대법원도 가세했습니다. 연방 대법원은 14일 텍사스 법원의 판결을 일단 중지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 판결이 정당한지 검토해 보겠다는 건데, 기한은 19일 자정까지입니다. 앞서 바이든 정부가 연방 대법원에 '긴급 개입'을 공식 요청한 데 따른 조치입니다.
 

‘낙태권 반대’ 시위 참가자가 '생명을 선택하라'라고 쓰여진 종이를 들고 있다. (출처 : AP)


■ 예견된 혼란…둘로 쪼개진 미국

사실 이런 혼란은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미국 대법원이 지난해 6월 '낙태권'을 폐지한 순간부터 말이죠. 미국 연방 대법원은 지난해 6월 낙태를 여성의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을 번복하고, 낙태권 존폐 결정을 각 주의 권한으로 넘겼습니다.

미국은 둘로 나뉘기 시작했습니다. 텍사스, 아이다호, 테네시 주 등 최소 12개 주에서는 낙태가 불법이 됐습니다. 반대로 대법 판결에 반발해 낙태권을 오히려 강화하는 주들도 생겼습니다. 미시간 주는 지난 5일 1931년 제정된 '낙태 금지법'을 '좀비 법'이라고 부르며 공식 폐지했습니다.

■ 정치 지형 따라 선택된 인권

여성의 자기 결정권 VS 태아의 생명권. 쉽게 택일하기에 너무 어려운 문제이긴 합니다. 하지만 어려운 문제인 만큼 긴 숙고와 사회적 논의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미국 사회는 어쩜 이토록 신속하게 한쪽 편을 들 수 있는 걸까요?

먹는 피임약을 금지한 텍사스 연방 법원 매슈 캑스머릭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한 보수 성향의 인물입니다. 반면 계속 허용한 토마스 라이스 워싱턴 법원 판사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명했고 진보 성향으로 분류됩니다. 낙태권이 의학이나 윤리적 관점에서 다뤄지기보다,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중소기업청(SBA) 여성기업정상회의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출처 : AFP)


특히 여당인 민주당은 낙태권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적극적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텍사스 법원의 먹는 낙태약 금지 판결에 곧장 성명을 내고 "여성의 권리와 자유를 빼앗으려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과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텍사스 법원을 향해 날을 세웠습니다.

반면 공화당은 입을 꾹 다물고 있습니다. 공화당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만 "생명이 승리했다"며 환영의 목소리를 냈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출처 : AFP)


■ 선거판 흔드는 '낙태권' 이슈

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보면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책임론이 불거진 민주당(여당)의 참패가 예상됐는데, 민주당이 의외로 선방한 선거였죠. 대승을 예상했던 공화당은 하원 다수당만 겨우 차지했습니다.

공화당의 결정적인 패배 요인은 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판결'이라는 분석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대법원의 보수적인 판단에 분노한 사람들이 진보 성향인 민주당에 표를 몰아줬다는 겁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이런 표심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미국인의 67%는 대법원의 낙태권 취소 판결에 반대하는 반면, 찬성은 33%에 그쳤습니다.

미국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먹는 낙태약이 재점화한 '낙태권' 이슈는 다시금 선거판을 흔들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은 낙태권을 이슈화하고 여성권 수호를 외치는 게 선거에 유리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대놓고 반대할 수도, 그렇다고 찬성할 수도 없어진 공화당은 계속 입을 다물지도 모릅니다. 어느 쪽이든 낙태권을 둘러싼 갈등을 풀어가야 할 정치의 쓸모에서는 한참 벗어난 일일 겁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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