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행사의 비극…'생지옥' 예멘서 구호품 받다 최소 78명 압사

 

▲ 예멘 사나의 모스크

지구촌에서 삶이 가장 힘든 곳으로 지목되는 중동의 최빈국 예멘에서 구호품을 받으려 몰려든 군중이 대거 압사하는 비극이 빚어졌습니다.

20일(현지시간) AFP, AP통신 등에 따르면 19일 오후 예멘 수도 사나의 옛 시가지 일대 한 학교에 마련된 자선행사장에 빈민이 운집한 가운데 최소 수십 명이 근처 다른 사람들에게 눌리거나 밟혀 숨졌습니다.

AP통신은 사나를 통치하고 있는 예멘의 후티 반군 측을 인용해 사망자가 최소 78명이라고 보도했습니다.

AFP 통신은 후속 보도에서 후티 측 관료의 말을 인용해 사망자가 85명, 부상자가 332명이라고 전했습니다.

사상자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고 발생 지역은 성곽 유적과 대모스크 등이 있는 수도 사나 중심 지역입니다.

이 일대는 198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습니다.

후티 반군 측은 참사 발생 직후 행사장인 학교를 봉쇄하고 일반인의 접근을 막고 있습니다.

이번 참사는 내달 초인 이슬람 최대 명절 이드 알피트르를 앞두고 벌어졌습니다.

이드 알피트르는 라마단 금식을 무사히 끝낸 것을 기념하는 명절입니다.

후티 반군 측 내무부의 대변인은 민간 상인들이 지방정부와 조율하지 않은 채 행사를 열어 군중을 상대로 돈을 임의로 나눠주다가 사고가 발생했다며 사태 책임을 민간 주최 측에 돌렸습니다.

후티 반군은 이번 행사를 주최한 2명을 구금해 신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반면 사고 목격자들은 사고 원인으로 후티 군경을 지목했습니다.

무장한 후티 군경이 군중을 통제하기 위해 허공에 발포를 시작하자 전깃줄이 폭발했고, 이에 사람들이 혼비백산해 달아나기 시작하면서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내전이 9년째 지속되는 예멘은 지구촌에서 가장 빈곤하고 민생고가 심한 곳 가운데 하나입니다.

예멘 주민들은 내전에 따른 정부군, 반군, 외세의 교전뿐만 아니라 굶주림, 전염병, 극단주의 세력의 횡포 등으로 복합적 고난을 겪고 있습니다.

국제기구들과 외신들은 현재 예멘의 상황을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가 닥친 '생지옥'으로 부르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따르면 예멘의 인구는 2023년 추정치 기준 3천156만 명이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17년 기준 2천500달러로 세계 202위에 그칩니다.

예멘 내전은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의 여파로 인한 정치적 불안 속에 후티 반군이 예멘 정부를 2014년 수도 사나에서 몰아내며 시작됐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동맹군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 예멘 정부를 지원해 2015년부터 군사적으로 개입했습니다.

그 때문에 예멘 내전은 사우디와 이란이 지원하는 후티 반군의 대리전이 됐습니다.

유엔은 지난해 말 기준 예멘 내전으로 인한 직·간접적 사망자를 37만 7천 명으로 추산했습니다.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