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생산 기업인 화낙의 미국 미시간주 공장에서 배송을 앞둔 제조 로봇들이 쌓여있다. 27일(현지시간)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1분기 GDP 증가율은 1.1%로 전분기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금리 인상의 영향과 은행 위기로 인한 신용 경색의 여파로 기업들이 투자를 줄인 영향이 컸다. [로이터]
미국의 지난 1분기 성장률이 전망치를 크게 하회하면서 미 경기 전망에 짙은 먹구름이 끼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경기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 속에 전문가들은 올해 말께 미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 상무부에 따르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1.1%로 집계돼 시장 전망치인 2.0%를 크게 하회했다. 직전 분기 성장률이 2.6%였던 것을 감안하면 한 분기만에 성장률이 반토막 난 것이다.
민간 기업과 부동산 부문의 투자 감소가 성장 둔화로 이어진 가운데, 개인 소비 지출은 증가해 그나마 플러스 성장은 유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 1년간 기준금리를 거의 5%포인트 끌어올린 것이 경제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문제는 연준이 또 한번의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장은 연준이 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있다. 경기 둔화 징후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통화정책 최우선 과제인 인플레이션은 1분기 기준 4%대로 목표치인 2%를 여전히 훨씬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은 기업들의 지출을 더욱 위축시키며 경기의 하방압력을 더할 가능성이 크다. WSJ과 CNN는 추가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며, 많은 경제학자들이 올해 말 미국의 경기 침체를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빌 애덤스 코메리카은행 수석 경제학자는 “예상보다 냉각된 경제 성장률 보고서조차 연준이 추가로 0.25%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서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면서 “연준은 공급과 수요가 더 나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한동안 성장 잠재력이 밑돌기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에 기존 금리 인상에 대한 ‘지연효과’까지 겹치면서 경기 침체가 더 깊게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소비가 여전히 경기를 떠받쳐주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 높은 금리와 장기화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투자와 소비를 포함한 실물 경제 전반을 둔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셉 브루수엘라스 RSM 수석 경제학자는 “금리 인상의 영향이 지연됨에 따라 미국 기업들이 현재 경기 사이클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 점점 더 우려하고 있다”면서 “높은 인플레이션과 위축된 대출이 마침내 올해 말에 소비자들마저 굴복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인한 은행 위기도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다. 가뜩이나 금리가 높은 상황에 은행들이 대출 기준을 강화하면서 신용 경색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채권 등 다른 형태의 자본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중소기업들이 신용 경색의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브라이언 비선 보스턴대 경제학 교수는 “전형적으로 은행을 통해 자금을 충당하는 중소기업들이 가장 (신용 경색)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진단했다.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