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코로나 영웅’으로 추앙받았으나 상습 성폭력 의혹으로 추락한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州) 주지사의 성희롱 의혹이 또 터져나왔다. 전직 보좌관들을 포함해 피해자가 벌써 여덟 명째다. 이번엔 처음으로 ‘현직 보좌관’이 입을 열었다. 쿠오모에 대한 사퇴 압박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쿠오모 주지사실에서 근무하는 보좌관 얼리사 맥그래스는 19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자신이 겪은 성희롱 피해를 털어놓았다. 쿠오모가 상습적으로 자신을 비롯해 여성 보좌관들의 몸을 훑어보고 외모에 대해 평가하거나 외설적인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맥그래스는 2018년 중반 주지사실에 고용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쿠오모의 성희롱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2019년 초 관저 집무실로 불려갔을 당시엔 쿠오모가 이탈리아어를 할 줄 아냐고 묻더니 이탈리아어로 “아름답다”면서 추파를 던졌다고 했다. 한번은 주의회 집무실에서 지시사항을 받아 적기 위해 맞은편에 앉아 있었는데 쿠오모 주지사가 노골적으로 셔츠를 내려다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목걸이로 화제를 돌린 일도 있었다. 크리스마스 파티 같은 행사에선 여성 보좌관들에게 몸을 밀착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맥그래스는 “부적절한 성적인 접촉은 없었다”면서도 이런 행위는 성희롱이라 본다고 밝혔다.
또한 맥그래스는 다른 보좌관의 경우 더 심각한 피해를 당했다면서 “쿠오모가 그 보좌관의 가슴을 더듬었다”고 폭로했다. 그 보좌관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끙끙대다가 지난주 그날의 일을 자신에게 자세히 털어놓았다고 한다. 아울러 그는 “쿠오모가 여성 보좌관들의 입막음을 시도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쿠오모는 여전히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그는 이번에도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쿠오모의 변호인은 “주지사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관없이 뺨과 손에 키스를 하거나 포옹하면서 인사를 한다”며 “이런 행동이 구식일 수는 있으나 부적절한 신체 접촉은 없었다”고 NYT에 해명했다.
하지만 이미 뉴욕주 검찰은 독립조사위원회를 꾸려 쿠오모의 혐의에 관해 조사에 착수했다. 주의회는 물론이고 뉴욕주를 지역구로 둔 연방의원들 사이에서도 사퇴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마저 사임 촉구 성명을 발표하는 등 완전히 등을 돌렸다. 칼 헤스티 민주당 뉴욕주 하원의장은 쿠오모에 대한 탄핵 조사를 승인한 상태다. 이제 쿠오모에게 남은 선택지는 사퇴 아니면 탄핵뿐이다. 어느 쪽이든 불명예 퇴진은 불가피하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