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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신생아 중환자실
1㎏ 초미숙아 부모 올 때까지만이라도…
이미 떠난 아기 달래며 “미안해, 미안해”

 

2021년 멕시코의 한 병원 인큐베이터에 누워 있는 신생아. REUTERS

“우리, 제발 그만해요.”

간호사가 내게 외쳤다. 벌써 세 번째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비해 차가운 말이 나를 향해 날아왔다.

“심박수가 40~60 정도로 아직 심장이 뛰고 있어요. 심박수가 저리 낮은데도 아기는 자가호흡을 하고 종종 움직임도 보입니다. 그래서 멈출 수 없어요.”

서른 명이 넘는 의료진의 눈동자가 오로지 나만 바라봤다. 조금 더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우리 모두 다 알아요. 제이슨(가명)에게 미래가 없다는 것을요. 우리는 지금 가족에게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도록, 가족이 제이슨을 안고 보내줄 수 있도록 시간을 버는 겁니다. 이의가 있으면 지금 말하세요.”

침묵이 이어졌다. 좌중을 다시 한번 둘러보고는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에피네프린 다시 투여하세요. 흡입 시간을 조금 더 길게 앰부백 짜주세요.”

벌써 한 시간 넘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중이었다.
 

눈감는 순간에도 혼자가 아니도록



제이슨은 초미숙아로 1㎏ 조금 넘게 태어났다. 다른 초미숙아처럼 혈액의 산성 수치가 꽤 높았다. 보통 신장 기능이 원활하지 못해 일어나는 일이다. 무슨 연유인지 동료 의사는 암모니아 검사를 오더했다. 가끔 대사장애를 의심해 혈액 내 암모니아 수치를 잰다. 간단한 피검사에서는 암모니아 수치가 300이 넘었다.

이 검사의 결과로 혹시 대사장애가 있나 싶어 유전학과와의 협진을 위해 우리 병원에 전원 요청이 왔다. 비슷한 경우를 많이 본 나는 알았다. 분명히 잘못된 결과라는 것을. 암모니아 검사는 피검사 튜브를 얼음컵에 넣어 차가운 상태로 운반해 바로 검사해야만 정확하기 때문이다.

전원을 요청한 동료 의사를 설득했지만, 그는 세 번이나 검사를 반복했다며 전원을 고집했다. 다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막아서고 싶다. 그 전원에 동의한 나를, 쓸데없이 암모니아 검사를 오더한 동료를.

지난밤 제이슨은 도착했다. 태어나고 사흘 사이 마른 스펀지처럼 쪼그라들었다. 몸무게는 1㎏이 안 됐다. 언뜻 봐도 눈 사이가 멀고, 납작하고 뭉툭한 코가 눈에 띄었다. 귀도 낮고 뒤로 살짝 돌아가 있었다. 양발에는 각각 여섯 발가락이 달렸다. 그래도 상태가 나쁜 편은 아니었다. 열두 시간이 채 되지 않아 심각한 상태에 빠지리라고는 누구도 상상조차 못했다.

아침 6시30분, 병원에서 온 전화가 요란하게 나를 깨웠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안경과 마스크만 대충 걸치고 최고 속도로 달렸다. 병실에 들어서니 10명 넘는 의료진이 둘러싸고 있었다. 모니터를 보니 심박수는 바닥으로 치닫고 산소포화도는 읽히지 않았다. 황급히 기도 삽관을 하니 겨우 심박수가 올랐다. 산소포화도도 오르고 있었다. 한숨 돌리나 했는데 다시 심박수가 점점 내려갔다. 혹시 삽입한 튜브가 빠졌나 싶어 그것부터 확인했다. 튜브는 그대로였다. 다시 가슴 압박과 투약을 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힘든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제이슨의 부모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 경찰이 집까지 찾아갔으나 부모는 그곳에 없었다. 알고 보니 엄마는 아직 전원 전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아빠는 차가 없어 바로 올 수 없다고 했다. 다시 시들어가는 제이슨을 붙잡고 어떻게든 버텨야 했다. 두 시간쯤 지났을까. 아빠는 어디쯤 왔냐고 물으니 출발조차 못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제이슨은 잿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아주 많은 피가 입에서 코에서 뿜어져 나왔다. 작은 배 안에도 피가 차올라 심장 압박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나마 유지하던 심박수가 희미해지는데도 부모는 오지 않고 있었다.
 

가운 벗고 한 사람으로 돌아와 함께 울다



“사망시각, 8시31분.”

간신히 뱉은 말이 병실 안을 채웠다. 간호사 사만사(가명)가 분수 물줄기 같은 울음을 터뜨렸다. 아침 7시에 출근하자마자 바로 피 튀기는 끔찍한 현장에 투입된 사만사는 방금 만난 아기의 죽음에도 눈물을 흘리는 가슴 따듯한 사람이었다. 사만사가 제이슨을 자기 가슴에 품었다. 우는 아기 어르듯 등을 가만히 토닥거렸다.

“아기가 불쌍해서 어떡해요.”

이미 떠난 아기를 달래며 흐느꼈다. 정신줄을 부여잡고 두 시간 내내 내달렸던 나도 뜨거운 무엇이 단전부터 올라왔다. 병실 안에 있던 모든 의료진이 울었다. 슬픔의 몽우리가 곳곳에 피어 복도에서도 곡소리가 울려퍼졌다.

양손을 벌려 아기를 건네받았다. 아기의 온기가 내 손안에 퍼졌다. ‘제이슨, 엄마 아빠가 너에게 허락된 시간 안에 오지 못해 미안해. 너를 구해주지 못해 미안해.’ 차마 꺼내지 못한 말이 내 가슴을 타고 손길을 지나 제이슨에게 전해졌다.

한 시간쯤 지나 제이슨의 부모와 할머니, 이모가 병원에 도착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이 상태로는 도저히 부모와 이야기 나눌 수 없었다. ‘그만해, 이제 다시 의사가 될 시간이야. 정신 똑바로 차려. 넌 의사니까, 의사의 임무를 마쳐야지.’ 끊임없이 되뇌어야 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제이슨의 가족에게 일어난 일을 설명했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도 알려줬다.

“마지막 순간에 저희가 함께 있었고 따뜻하게 안아서 보내줬어요. 제이슨은 죽는 순간에도 혼자가 아니었어요.”

그 말을 마치고 의사 가운을 벗어 한 사람으로, 한 엄마로 돌아와 제이슨의 엄마를 부둥켜안고 함께 울었다.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크로노스’는 그리스어로 양적인 시간이라고 한다. 영원한 질적인 시간은 ‘카이로스’라고 한다. 오로지 한 번만 일어나지만 그 뒤에 모든 것이 달라지는 시간, 카이로스를 그렇게 경험했다. 제이슨의 마지막 순간을 조금이라도 늦추려 온 힘을 쏟았다. 제이슨의 크로노스는 늘리지 못했지만, 부족한 나에게도 조금 늦은 그의 가족에게도 카이로스는 찾아왔다.

스텔라 황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병원 소아과 신생아분과 교수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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