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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서 결혼사진을 찍는 중국인 커플

 

#중국 상하이에서 바를 운영중인 30대 A씨. 매일 1시간은 동네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하고 주 2~3회는 골프 레슨을 받습니다. 1년에 한 번은 휴가를 내서 취미인 스노보드를 타러 일본 또는 유럽에 다녀 옵니다. A씨에게 지금 경제적 어려움은 없습니다. 하지만 결혼과 출산을 하게 되면 지금의 생활은 포기해야 될게 뻔합니다. A씨는 다음과 같이 속내를 털어놓습니다. “가정을 갖게되면 많은 책임이 수반 되잖아요. 현재의 삶을 희생하면서까지 결혼하고 싶진 않아요.”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청년 비혼주의자들이 늘면서 당국의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혼전 임신과 출산이 금기시 되는 문화에서 혼인수 급감은 출산율 저하로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중국의 출산율(1.1)은 세계 최하위 한국(0.78)보단 높지만, 중국 역시 전세계 200여개국 중 밑에서 5번째일 정도로 심각한 초저출산 상태 입니다. 저출산은 아직 선진국이 되려면 갈길이 먼 중국의 발목을 잡을 최대 리스크로 지목되고 있죠.

 

한국은 비혼주의자·중국은 공혼족...혼인율 급락 日<韓<中 순

 

대약진 운동시기 굶주려 있는 중국 인민들 모습.

 

지난해 중국의 인구는 1년새 85만명이 줄어들었습니다. 신중국 건국 이후 중국의 인구가 감소했던 건 광기의 ‘대약진 운동’ 으로 1958년~1961년 2500만~4500만명이 아사와 질병으로 사망했던 때 뿐이었죠. 지난해 중국 본토에서 태어난 출생아수도 1년새 106만명이 줄어든 956만명으로 건국 이래 처음 1000만명을 밑돌았습니다. 최근 5년간 줄어든 중국의 출생아 수는 8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1가구 1자녀 정책이 폐지된지 10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출산율이 급락하는 원인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건 역시 결혼기피에 따른 혼인수 급감 입니다. 2013년 약 2385만명으로 역대 최대였던 중국의 초혼자수는 불과 8년만인 2021년 약 1157만명으로 50% 넘게 감소했습니다. 한국, 일본의 혼인수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중국의 경우 하락세가 가장 가파릅니다.
 

그래픽=유제민

 

1993년 9.0 이었던 한국의 조(粗)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은 2022년 3.7로 60%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일본도 2차 베이비붐이 있었던 1974년 조혼인율은 9.0이 넘었지만 2022년 4.2까지 떨하락했습니다. 혼인율이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지는데 일본이 50년 정도가 걸렸다면 한국은 30년 정도 걸린셈입니다.

중국의 경우는 더 빠릅니다. 2013년 까지 9.9 였던 중국의 조혼인율은 2022년 5.2까지 떨어졌습니다. 혼인율이 반토막 나는데 10년도 채 걸리지 않은 셈입니다. 한국에서는 ‘비혼주의자’이라는 단어가 자주 쓰이고 있지만 중국에선 ‘공혼족(恐婚族)’이라는 단어가 쓰이고 있습니다. 공혼족이란 말그래도 ‘결혼이 두려워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이들’ 을 말합니다.

이와 관련해 일본 닛세이 기초연구소는 “저출산 원인 90%가 결혼을 안하는데서 기인하고 있는데 정책적 지원은 양육분야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속도는 달라도 이들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결혼 기피가 출산율 급감에 가장 직접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혼인율 제고를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국가별 인구 집계 이래 60년 넘게 세계 최대 인구대국 자리를 지켜왔던 중국은 올해 인도에 1위 자리를 내주게 됐습니다. 중국의 노인인구는 조만간 3억명을 넘어 2035년 4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과거 젊고 풍부한 인구로 누렸던 ‘인구 보너스’ 효과 대신 고령화된 거대 인구가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죠.
 

이혼율은 中>韓>日 순...중국, 숙려제 도입 후 이혼율 급감

 

그래픽=유제민

 

혼인율이 급감한 한편으로 급증한건 이혼율 입니다. 1987년 0.5였던 중국의 조이혼율(인구 1천명당 이혼 건수)은 2003년 부터 오르기 시작해 2019년 3.4로 17년 연속 상승했습니다. 이미 2010년과 2013년에 각각 일본과 한국의 조이혼율을 넘어섰습니다. 2020년 기준 중국의 조이혼율은 3.09를 기록, 동아시아 국가 중 단연 1위 이자 인구 1천만 이상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전 세계 톱 10에 들었습니다.

이혼율이 심상치 않자 중국 당국은 이를 체제 위협 요소로까지 보고, 이혼 억제를 위해 2021년 부터 ‘이혼 숙려제’(이혼 서류 접수전 30일간 냉각기를 갖는 것)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에 따른 효과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2021년 중국의 조이혼율은 43%나 줄어들며 2.0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급등하는 물가 등으로 이혼 후 경제적 어려움과 아이의 장래를 걱정해 이혼을 재고 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겁니다.

일각에선 제로 코로나 정책 여파로 이혼수속 절차를 밟기 어려워진 탓에 중국인들의 이혼신청이 일시적으로 감소한 것일 뿐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어쨋든 2021년을 제외하면 근래 중국의 조이혼율은 계속 3.0을 넘어섰고 매년 400만쌍 이상이 이혼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中 지도층 “아이 둘 낳기전까진 콘돔 금지” “넷째부터 무시험 명문대 합격”

 

트립닷컵 창업자이자 인구학자 량젠장 회장

 

중국 당국은 저출산 해결을 위해 2021년 이미 3자녀 출산 제한을 완전 해제하기로 했습니다. 출산시 일시금 지급, 싱글맘 복지 개선 등 출산 장려책도 내놓고 있죠. 그런데도 출산율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도층들은 점점 더 급진적인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습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 창업자로 중국에서는 ‘천재 인구학자’로 유명한 량젠장(제임스 량)회장은 학교 의무교육을 9년에서 7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청년들이 보다 빨리 사회에 나오게 되면 그만큼 결혼을 빨리하게 되고, 만혼으로 인한 출산의 어려움도 줄게 돼 출산율이 높아진다는 주장입니다. 교육기간 단축으로 학력 저하가 우려 된다는 지적에는 “중국인들의 학력은 세계 최고수준이기 때문에 문제없다”며 일축하고 있습니다.
 

중국 대학캠퍼스내 구비된 콘돔 자판기 [유튜브 캡처]

 

이보다 더 과격하게 아예 피임을 못하게 하자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홍콩 부동산 대기업 센털라인 프라퍼티(中原地産)의 시윙칭 대표는 “출산 책임을 다할 때까지, 예컨데 두자녀를 낳기전까지는 콘돔을 사지 못하게 규제 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급진적 방안이 채택된다면 단기적으로 출산율을 높일수 있을진 모르나, 콘돔 관련 암시장 형성 등 부작용이 발생하리란 건 불보듯 뻔해 보입니다.

현재 중국인들이 가장 솔깃해 있는 건 둘째 아이부터 대학 입시때 가산점을 주자는 제안 입니다. 중국 공산당의 책사로 불리는 런민대학 진찬룽 교수는 최근 “둘째에게 20점, 셋째에게 50점, 넷째부턴 아예 무시험으로 명문대에 합격 시켜주면 어떠냐”는 발언으로 주목 받았습니다.

진교수 뿐 아니라 복수의 전문가들도 무시험 합격은 지나치더라도 둘째, 셋째부터 가산점을 주는 방안에는 대개 공감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을 능가할 정도로 뜨거운 중국의 교육열 탓에 출산 연계 대입가산점은 중국에서 확실한 출산율 반등책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죠.

한국에서는 논의되기 힘든 과격하고 급진적 제안이 쏟아지고 있는 중국. 저출산 문제로 고심중인 공산당이 권위주의 독재에 기반한 강한 추진력으로 실제로 이런 제안들을 채택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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