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게 물든 피우미 분수.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캡처=연합뉴스
이탈리아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치오네’(이탈리아어로 마지막 세대라는 뜻)가 또다시 로마 유명 분수에 먹물 테러를 했다.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이 단체 소속 활동가 4명은 6일 오후(현지시간) 로마 나보나 광장 중심부에 있는 피우미 분수에 들어가 검은 액체를 투척했다. 이 단체는 이 액체가 숯으로 만든 식물성 먹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검게 물든 분수대 위에서 “우리의 미래는 이 물처럼 어둡다”며 “우리는 정부에 온실가스의 원인인 화석 연료에 대한 투자와 보조금 지급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예술계의 거장 잔 로렌초 베르니니의 작품인 피우미 분수는 갠지스강, 나일강, 도나우강, 라플라타강을 상징하는 4명의 거인이 역동적으로 조각돼 있다. 트레비 분수 못지않게 많은 사랑을 받는 로마의 명물이다.
이 단체는 지난달에는 로마 스페인광장의 스페인 계단 입구 중앙에 위치한 바르카치아 분수를 이번처럼 검게 물들인 바 있다.
또한 이틀 전 로마 중심가에서 반나체 도로 점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단체 소속 활동가 6명은 지난 4일 로마 중심가인 트리토네 거리에서 웃통을 벗고 자동차를 막아섰다.
이들은 도로 한가운데에 앉아 ‘화석연료 중단’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우리는 화석연료에 돈을 지불하지 않겠다”고 외쳤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이번 주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에서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2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사태가 기후 위기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지난해에도 여러 차례 과격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서 산드로 보티첼리의 명화 ‘프리마베라’(봄) 작품의 보호 유리에 자신들의 손을 접착제로 붙여 고정한 채 시위를 벌였다.
또 같은 해 11월에는 로마 보나파르테 궁전 미술관에 전시된 빈센트 반 고흐의 ‘씨뿌리는 사람’ 작품에 야채수프를 끼얹기도 했다.
이들은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려면 평범한 방식으로는 어렵다는 논리를 펴며 극단적 방식의 시위를 합리화하고 있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기후 활동가들의 과격 시위가 잇따르자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달 12일 문화유산과 예술품을 훼손하거나 파손할 경우 최대 6만 유로(약 874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승인했다.
상·하원 표결을 거쳐야 하는 이 법안은 젠나로 산줄리아나 문화부 장관이 제안한 것으로, 산줄리아노 장관은 “문화유산을 훼손하는 사람들은 금전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