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 전체회의서 표결로 복귀 결정
일부 회원국 불참, 카타르는 ‘반대’
WSJ “중동서 美 영향력 약화 조짐”
AP연합뉴스
민주화 시위를 유혈 진압하고 이슬람 수니파 주민을 대량 학살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12년 만에 아랍연맹(AL)에 복귀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주도한 이번 결정에 대해 미국과 서방은 “학살자에게 잘못된 면책이 주어졌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은 7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AL 회원국 외교장관 전체회의에서 시리아가 22개 회원국 중 13개국의 찬성표를 얻어 AL에 복귀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AL의 주요 의사 결정은 회원국 간 합의로 이뤄지는 게 통상적이지만 찬반 의견이 팽팽해 합의 도출이 어려울 경우 표결에 부쳐진다.
사우디아라비아 일간 아랍뉴스는 “이날 합의가 조건부로 성사됐다”고 전했다. 내전과 난민, 마약, 테러 등 문제를 회원국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AL은 시리아 내전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레바논 요르단 이라크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키로 합의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러나 일부 AL 회원국은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알아사드 정권에 맞서는 시리아 반군 측을 지지해온 카타르는 회의에서 시리아의 AL 복귀에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등 서방은 AL의 이번 결정을 비난하고 나섰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알아사드 정권이 내전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시리아는 AL에 복귀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아랍 동맹국들이 알아사드와 직접 접촉해 시리아의 위기를 해결하려는 의도로 판단한다”면서 “미국은 이들 동맹국과 궁극적인 목표에서 일치한다”고 했다. 영국 외교부도 “알아사드 정권은 여전히 무고한 시민들을 구금·고문·살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NYT는 “이번 결정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국가는 사우디와 이란”이라며 “최근 두 국가가 외교 관계를 복원한 것도 알아사드 정권의 외교무대 복귀 기반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알아사드 정권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외교적 노력이 난관에 부딪혔다”며 “중동에서의 미국 영향력이 약화할 조짐”이라고 분석했다.
시리아는 2011년 알아사드 대통령이 자신의 퇴진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하면서 AL에서 퇴출당했다. 10년 넘게 이어져 온 시리아 내전에서 지금까지 50만명이 숨지고 수백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