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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갈등 등으로 세계화(globalization)에 균열이 가고 있지만 동시에 중국의 자리를 멕시코·베트남·인도 등 다른 나라가 대체하면서 ‘재세계화(reglobalization)’가 시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9일 블룸버그통신은 세계화 종말에 대한 우려와 달리 최근 무역과 경제통합 등에서 놀라운 회복력이 포착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3년 간 글로벌 무역이 다소 감소했지만 기간을 2006년 이후로 잡으면 무역 개방을 위한 궤도에서 이탈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워싱턴 컨센서스)은 2000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정점에 달했다. 하지만 중국의 성장은 미국 등 서방과 경제적 마찰을 불러 왔고 동시에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갈등을 피할 수 없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를 ‘차이나 쇼크’라고 부르며 “미국이 주도한 ‘워싱턴 컨센서스’와 다른 새로운 합의를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와 반도체지원법 등은 미국이 보호무역주의 시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키웠다.
하지만 특정 국가, 구체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반도체나 희토류 같은 핵심 광물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을 원하는 미국의 노력은 멕시코와 베트남 등이 중국의 자리를 빠르게 대신하면서 세계화를 훼손하지 않고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세계화의 가장 큰 수혜국은 멕시코다. 미국의 턱 밑이라는 지리적 이점과 오랜 시간 맺어온 공급라인, 자유무역협정(USMCA)에 따른 특혜는 멕시코를 웃게 하고 있다. 멕시코 민간산업단지협회는 약 47개의 신규 산업 단지가 계획 중이거나 이미 건설에 들어간 상태라고 밝혔다. 미국과 국경을 맞댄 멕시코 도시들에는 창고 및 산업용 부동산 수요가 치솟고 있다.
미국으로 직접 수출할 길이 막힌 중국 제조업체까지 멕시코를 우회 통로로 활용하면서 멕시코의 인기는 뜨겁다. 블룸버그는 멕시코 산업 시설 이용률은 이미 지난해 97.5%로 사실상 꽉 차 있지만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미국 업체들과 일부 중국 수출업체들이 멕시코 산업 시설 및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 역시 중국에서 벗어나려는 기업들이 향하는 주요국 가운데 하나다. 지난 7년 간 미국에 수입된 베트남 가구 물량은 186% 뛰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중국 가구 물량은 5% 증가하는데 그쳤다.
인도는 애플이 아이폰 생산기지를 다변화하면서 새로운 세계화 중심지로 급부상했다. 애플의 위탁생산업체 폭스콘은 2년 내 인도 아이폰 생산공장 인력을 1만7000명에서 7만명으로 4배 늘릴 계획이다. 또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대국으로서 거대 소비시장의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누락 라나 블룸버그 연구원은 “지난해 인도의 아이폰 판매량은 60억달러(약 8조원)이었지만 앞으로 10년 간 연평균 17% 증가해 300억달러(약 4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간 항공기, 철강 등에서 미국과 관세 마찰을 빚어온 유럽 역시 새로운 세계화에 동참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미국으로 향한 유럽 수출량은 약 13%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수출규모는 6% 증가하는데 그쳤다.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