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방공부대원들이 러시아의 드론과 미사일을 격추시키기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봄 대공세를 준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영국이 러시아 본토 타격도 가능한 장거리 순항 미사일 ‘스톰 섀도’를 지원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벤 월리스 국방장관이 이날 이 같은 지원 사실을 영국 하원에 보고했다. 월리스 장관은 “이번 미사일 시스템 지원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잔인함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이 무기는 우크라이나가 그들의 영토에서 러시아군을 밀어낼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미 CNN은 복수의 서방 고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무기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이미 밝혔으며, 이제 여기엔 스톰 섀도 미사일 몇 기가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영국 정부는 이번 지원이 민간인을 겨냥한 러시아의 기간 산업 공격에 비례적으로 대응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싶어 한다”라고도 했다.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스텔스 순항 미사일 스톰 섀도는 전투기에서 발사되며, 사정거리가 250㎞를 초과하는 장거리 미사일이다. 적의 레이더 탐지를 피해 낮은 고도까지 떨어진 뒤 표적을 찾아가는 시스템이다.
앞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해 이번 전쟁에서 맹활약을 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의 사거리는 80㎞가량이다. 스톰 섀도의 사거리는 이를 세 배 웃도는 만큼 우크라이나가 또 다른 ‘게임 체인저’를 확보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그간 미국 측에 사거리 300㎞가량의 육군전술미사일체계(ATACMS·에이태큼스)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해왔다.
스톰 섀도 확보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크림반도는 물론 러시아 본토에 대한 타격도 가능해진다. 다만 한 서방 관리는 CNN에 “영국이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 이 무기를 사용할 땐 우크라이나의 영토 안에서만 사용할 것이라는 확약을 받았다”고 전했다. 월리스 장관이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쓰일 것”이라고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정부 대변인은 이날 취재진의 질의를 받고 “우리 군이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라며 보복 조치를 시사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