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에서도 라이브방송...中은 지금 '다이훠' 열풍

by 민들레 posted May 1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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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라이브커머스 업계 호황
시장 규모 4200억달러 추산
알리바바 인플루언서 육성 돌입
中 정부, 방송 검열로 골머리

 

지난 2월, 중국 광시장족자치구 구리인시의 육교 위는 추운 날씨에도 스무명 남짓 되는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이들은 돗자리에 깔고 멀찍이 떨어져 앉아 마치 화상통화를 하듯 스마트폰 화면 건너의 누군가를 향해 말을 건넵니다. 육교 곳곳에는 눈 부신 빛을 쏟아내는 방송용 조명과 촬영 장비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이들은 중국인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라이브 스트리머입니다. AFP통신은 추운 겨울밤 야외 방송을 진행하는 이들의 모습을 소개하며 중국에 라이브 커머스 열풍이 불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광시장족자치구 구리인시의 육교 위에서 다이훠주보가 방송을 하고 있다.

라이브커머스란 판매자가 동영상 스트리밍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온라인 채널을 의미합니다. 중국에서는 라이브커머스를 물건을 지닌다는 뜻인 ‘다이훠(帶貨)’로 지칭하고 있습니다. 방송을 이끄는 진행자들은 ‘방송 진행자’라는 뜻의 ‘주보(主播)’를 붙여 ‘다이훠주보(帶貨主播)’로 부릅니다. 다이훠주보는 엄청난 양의 물건을 팔아치우며 알리바바 등 중국 상거래 플랫폼 기업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거듭났습니다.

한국에서도 라이브커머스가 주목을 받긴 했지만, 중국처럼 한 사회의 트렌드로 거듭날 만큼 인기몰이를 하지는 못했는데요. 유독 중국에서 라이브커머스가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일까요.
 

 

◆코로나19 계기로 급성장…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 거듭나



그 배경에는 코로나19가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고강도 방역 정책으로 도시가 봉쇄되면서 중국인들은 지난해 힘든 한 해를 보냈습니다. 쉽게 외출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화장품부터 가전제품까지 판매하는 라이브커머스는 아주 편리한 쇼핑 창구가 됐죠.

한편으로는 라이브커머스가 단순한 쇼핑 기능을 넘어 큰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인플루언서를 뜻하는 왕홍들이 라이브커머스에 등장하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사로잡은 것입니다. 코로나19로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중국인들에게 이들의 스타성과 화려한 언변은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하는 다이훠주보. [이미지출처=바이두]

라이브커머스는 어느새 홈쇼핑과 같은 쇼핑의 기능을 넘어 일종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까지 거듭났습니다. 왕홍들은 방송 도중 오랜 팬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팬클럽 회원들처럼 시청자들 대하기도 했습니다.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도 라이브커머스가 인기를 끈 요인으로 꼽힙니다. 시청자들이 채팅창을 통해 제품 설명을 요구하면 방송 진행자들은 이에 즉각 반응했습니다. 직접 물건을 사러 나가지 못하던 중국인들의 답답함을 해소해 준 것이죠.
 

◆알리바바, 인플루언서 20만명 육성....라이브커머스 경쟁 각축



라이브커머스가 큰 인기를 끌면서 스트리밍 방송을 송출하는 플랫폼 간의 경쟁도 치열해졌습니다. 중국의 숏 폼 콘텐츠 시장의 선두 주자인 바이트댄스의 더우인과 콰이서우는 라이브커머스를 앞세워 20여년간 온라인 쇼핑 업계를 주름잡았던 알리바바와 징동닷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왕홍 '리자치' [이미지 출처=바이두]

이에 맞서 알리바바는 장차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할 20만명의 왕홍을 육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자회사인 타오바오를 통해 연간 매출액이 100만위안(1억9127만원)을 넘는 라이브 스트리밍 계정주 10만명과 라이브 스트리밍 스튜디오 1000곳의 촬영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라이브커머스를 이끄는 다이훠주보들도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8000만명의 팔로워를 지닌 중국의 유명 왕홍인 리자치는 단 하루 만에 립스틱 1만5000개를 판매하고 2조2160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립스틱 제왕'이라는 별명이 붙은 리자치는 2019년 한 해 동안 무려 274억원을 벌어들였습니다.
 

중국의 한 다이훠주보가 바다 위에 어선을 띄워 놓고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지출처=가디언]

다이훠주보들은 제2의 리자치를 꿈꾸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더우인 등 중국의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에는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고자 기상천외한 형태로 물건을 판매하는 방송이 연일 송출되고 있습니다. 한 다이훠주보는 바다 한가운데 어선을 띄워놓고 해산물을 파는 한편, 다른 다이훠주보는 세트장을 몽골의 전통가옥인 유르드 처럼 꾸며 육포를 판매하기도 합니다.
 

◆中 정부, 라이브커머스 예의주시…탈세 처벌 ·정보 검열 강화



그러나 전도유망했던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도 최근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습니다. 방송 도중 중국 공산당의 심기를 건드는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당국의 규제가 시작된 것입니다.

립스틱 완판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리자치는 지난해 6월 라이브방송 도중 아이스크림을 탱크 모양처럼 꾸몄다가 돌연 방송이 중단되는 사태를 겪게 됐습니다. 일각에서는 리자치가 만든 탱크 모양의 아이스크림 장식이 천안문 시위를 연상해 당국이 강제로 방송을 중단했다는 추측이 제기됐습니다. 이후 리자치는 3개월간 온라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중국의 왕홍 '비야'가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하는 모습. [이미지출처=바이두]

세금 탈세를 이유로 다이훠주보들이 대거 벌금을 선고받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유명 왕홍은 비야는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2억1000만달러의 벌금을 선고받았습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실시간으로 방송이 송출된다는 점이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천안문 등 당국이 검열하는 사안이 돌발적으로 방송 도중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죠.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자 일부 플랫폼은 AI 다이훠주보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하네요.

과연 정부의 검열 속에서도 중국의 라이브 커머스 업계는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까요? 코로나19를 계기로 비약적인 시장을 거둔 라이브커머스 업계가 앞으로는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궁금해집니다.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