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없이 스스로 추론하는 '범용인공지능' 가능성 제기
일부 전문가는 의구심…"논문 형식의 대기업 자사 광고"
마이크로소프트 로고/사진=연합뉴스
최근 급속도로 진화하는 인공지능(AI)이 인간처럼 추론하는 능력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AI 연구와 활용에 선도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소속 과학자들이 최근 155페이지 분량의 논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3월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MS 과학자들은 지난해부터 AI의 문제해결 능력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과학자들이 AI에 던진 질문은 계란 9개와 노트북 컴퓨터, 책, 유리병, 못을 안정적인 방식으로 쌓아 올려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인간이 사는 물리적인 세계에 대한 직관적인 이해력이 없으면 해결하기 힘든 과제를 AI가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AI는 상당히 독창적인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AI는 일단 바닥에 눕혀놓은 책 위에 계란 9개를 가로세로 3줄씩 늘어세운 뒤 노트북 컴퓨터를 올려놓으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AI는 계란 위에 노트북 컴퓨터를 올릴 때 껍질이 깨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는 조언과 함께 "노트북은 가장 밑에 놓인 책과 나란한 위치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그러면서 "노트북의 평평한 표면은 (유리병과 못을 올려놓을) 안정적인 기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MS 과학자들은 AI가 새로운 경지에 도달한 순간을 목격했다는 생각에 놀라워했다고 NYT는 당시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MS 연구팀을 이끈 피터 리 박사는 AI가 직관력을 보인 데 대해 "처음에는 회의적이었지만 이후 화가 나고 겁이 나기도 했다"면서 "'이런 능력이 도대체 어디서 나왔을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논문에서 MS 과학자들은 AI가 AGI(범용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라는 지점으로 접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AGI은 AI가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추론해 성장하는 단계를 의미합니다. AI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특이점을 뜻하기도 합니다.
NYT는 'AI 기술이 AGI 단계에 접근했다'는 MS 과학자들의 주장은 주요 IT 기업 중에서 최초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구글은 자사가 개발 중인 AI 언어 프로그램 '람다'(LaMDA)에 지각 능력이 있다고 주장한 엔지니어를 해고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엔지니어는 람다가 '작동 정지'를 마치 인간의 죽음처럼 받아들이고 있다는 예를 들면서 대화형 AI가 일정한 법칙을 따르는 기계가 아니라 지각력이 있는 존재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구글은 엔지니어를 해고하면서 AI의 지각력에 대한 주장은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챗GPT 화면/사진=연합뉴스
일부 전문가도 AI의 추론 능력에 대한 MS의 주장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챗GPT 최신 버전인 GPT-4도 물리적인 세계를 이해할 능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마튼 샙 카네기멜런대 교수는 MS가 발표한 논문에 대해 "논문 형식을 취한 대기업의 자사 광고"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심리학 전공으로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AI 연구팀에 참가하고 있는 앨리슨 갑닉 교수는 GPT-4가 내놓는 문장들이 실제로 인간과 같은 추론을 거쳐 나온 것인지 분명치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갑닉 교수는 "사람들이 복잡한 시스템이나 기계를 접할 때 이를 의인화하고 인격을 부여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AI와 인간을 자동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올바른 접근 방법은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M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