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 현상으로 온실효과 극대화
폭염을 보인 지난달 19일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러크나우에서 한 시민이 관수구를 이용해 얼굴에 물을 뿌리고 있다. [AP]
동남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예년 수준을 넘는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지구 온도가 5년 이내에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상승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는 지구 온난화의 마지노선으로 설정됐던 온도인 만큼 기후 재앙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WMO는 17일(현지시간) 올해부터 2027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기온 상승폭이 1.5도에 도달할 확률이 66%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WMO는 지난해 이 가능성을 50%로 봤다. 2017년~2021년 사이에는 향후 5년 1.5도 상승 가능성은 10%에 불과했다.
지구 기온 상승폭 1.5도는 2015년 국제사회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합의한 지구 기온 상승의 제한선이다. 2027년까지 지구 기온 상승폭이 이런 제한선을 넘는 상황이 한 해 이상 일어날 확률이 매우 크다는 게 보고서의 취지다. 다만 상승폭이 1.5도를 넘는 일이 영구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WMO는 부연했다.
WMO는 이런 예상이 향후 이상 기후가 발생할 가능성과 맞닿아 있다고 봤다. 지금까지 관측한 기록으로는 지구가 가장 더웠던 해가 2016년으로 이 기록이 5년 이내에 깨질 확률이 98%라고 보고서는 예상했다.
이는 최근 WMO가 예측한 엘니뇨 현상과 관련이 깊다. WMO는 지난 3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3년 넘게 지속했던 라니냐 현상이 3년 만에 종료되고 올해 하반기에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확률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라니냐 현상은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는 것이고 엘니뇨는 그 반대 현상이다.
라니냐는 지구 기온 상승을 일정 부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지지만 엘니뇨는 온난화를 가속한다. 엘니뇨가 도래하면서 온실가스 효과에 따른 지구 온난화를 더 부추기면서 기록적 고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이번 보고서는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기온의 상승폭이 1.5도를 넘는 빈도가 증가할 것이라고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 고온 징조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최근 태국과 베트남, 미얀마 등지에선 올 들어 이례적인 폭염이 이어져 기온이 40도가 넘는 날이 잦아지고 있다. 태국 북서부 탁 지역은 지난달 14일 최고 45.4도를 기록해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이날 체감 온도는 50도를 넘었다.
베트남도 이달 초 기온이 44.1도까지 올라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고 미얀마도 지난달 말 중남부 기온이 43도를 기록했다.
싱가포르 국립환경청(NEA)은 지난 13일 최고 기온이 37도까지 치솟았다고 전했다. 5월 기준으로는 사상최고 기온이다.
유럽도 상황은 비슷하다.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4월 역대 가장 덥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자 내각은 20억유로(2조9100억원) 규모의 가뭄 비상 조치를 승인했다.
다국적 기후 연구단체인 세계기상기구(WMA)는 최근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알제리 등 4개국에서 지난달 26~28일 36.9~41도의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며 “지구온난화 이전이라면 이 정도 폭염은 4만년에 한 번 일어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