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터져 죽으면 어떡해요"…2025년 분화 괴담, 진실은?

by 민들레 posted May 1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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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에 올라가서 찍은 사진. 〈사진=박순천 기상청 지진화산연구과장〉

 

40대 직장인 강모씨는 최근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울면서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빠, 나 억울해서 어떡해요. 여자친구 한 번도 못 사귀어 봤는데 2025년에 백두산이 분화하면 우리 다 죽는대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백두산이 곧 분화한다는 괴담이 퍼지고 있습니다. 또 최근 동해안에서 지진이 자주 일어나 백두산이 정말 분화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그래서 백두산 분화 가능성에 대해 취재해 봤습니다.
 

2025년에 백두산 분화?



박순천 기상청 지진화산연구과장은 오늘(17일) JTBC와 통화에서 "백두산은 현재까지 안정적인 상태로 보인다"며 "현재로써는 분화할 확률이 아주 낮다"고 말했습니다.

백두산은 직접 현장에 가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기상청 화산특화연구센터는 백두산의 위성 영상자료를 통해 지표 변화를 분석하거나 중국과 협업해 가스나 온천수를 채취해 연구합니다.

화산 아래에서 마그마가 이동하면 화산이 부풀어 오르거나 가라앉습니다. 또 마그마가 뜨겁기 때문에 온도 변화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기상청이 꾸준히 위성 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 2018년 이후 백두산의 지표는 변화가 0에 가깝게 안정적입니다.

조짐이 없이 분화하는 화산도 더러 있지만, 최근 자료를 보면 분화할 가능성이 아주 낮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권창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화산연구단장 역시 지난 2005년 이후 백두산이 활동한다는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화산성 지진, 천지 주변 지표의 융기, 화산 가스 양의 증가, 온천수·지하수 온도 증가 등 화산 활동을 나타내는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4분기 지표가 움직이는 변화를 분석한 백두산의 위성 영상 분석 자료. 지표 변화가 거의 없으면 초록색으로 표시된다. 하얀 부분이 천지. 〈사진=기상청〉

 

 

왜 하필 2025년?



1925년 백두산이 분화했다는 기록 때문에 100년 주기인 2025년에 분화할 거라는 괴담이 확산했습니다.

"재가 날아왔다" 등의 기록이 세기마다 남아있어 백두산이 평균 100년에 한 번씩 분화한다고 보고 '100년 주기설'이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1925년에 백두산이 분화했다는 기록은 러시아에서 "화산 연기가 피어올랐다"는 기록이 전부일 뿐, 그 외의 기록은 없어서 활동했을 것으로 추정은 하지만 공식 분화로 보기 어렵습니다.

학계에서 인정하는 백두산의 마지막 분화는 1903년입니다.

중국 문헌에 "별안간 폭발하는 소리가 났고 공중에서 차 바퀴처럼 큰 불덩어리가 떨어지고 수면 위에 수많은 불꽃이 낮처럼 환하고 밝게 보였다"는 표현이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100년 주기설'도 가설일 뿐, 매 세기 기록들이 백두산에 관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건창우 화산연구단장은 설명했습니다.

권창우 단장은 "매 세기 역사적 기록이 남아있지만, 백두산과 직결되는 기록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더 필요하다"며 "100㎞ 이상 떨어진 곳에서 재가 떨어졌다, 열기둥과 가스가 나온다는 기록인데 백두산 근처가 전부 화산 지대라 언제 어디서 일어났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순천 과장도 "백두산 분화는 자연현상이기에 100년에 맞춰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소규모 분화도 사이사이 있었고, 큰 분화도 간격이 길거나 짧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언젠가 터진다?



백두산은 활화산이기 때문에 언제 활동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시기는 알 수 없어도 활동을 멈추지 않는 이상 분화가 있을 예정이라는 겁니다.

백두산은 946년에 있었던 대분화가 세계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큰 분화였습니다.

당시 백두산 근처에는 1m 이상, 동해에서도 10㎝ 이상의 화산재가 쌓였습니다. 일본 홋카이도 등 북부 해안가에서도 화산재가 관찰됐습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지구 전체를 돌던 화산재가 아이슬란드에서도 발견됐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그런 대분화가 있을 확률은 굉장히 낮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박 과장은 "마그마 상태가 많이 불안정해야 하는데 그럴 확률이 높지는 않아 보인다"면서도 "크든 작든 분화 가능성은 있지만, 시기와 규모에 대해서는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백두산 천지 바로 근처의 장백폭포. 〈사진=박순천 기상청 지진화산연구과장〉

 

북한 핵실험 하면 백두산 터진다?



북한 핵실험이 마그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논문이 있어서 이런 괴담이 나왔을 것으로 기상청은 추정했습니다.

핵실험이 인공 지진을 동반하기 때문에 북한의 핵실험이 규모 7 이상의 지진을 일으키면 백두산 분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마그마가 불안정한 상태여야 하지, 지금처럼 마그마가 안정적이라면 분화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기상청은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발생한 지진은 2017년 수소탄을 터뜨렸을 때 규모 5.7이 가장 큰 수준입니다.
 

백두산 터지면 한국 사람들 죽는다?



백두산 분화로 한국 국민이 죽을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한반도는 편서풍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백두산이 분화해도 화산재는 동쪽 일본을 향해 날릴 확률이 높습니다.

또 화산이 분화했을 때 가장 큰 피해는 분화 지역과 가까운 곳의 강과 물에 화산재가 떨어져 화산재 섞인 물이 흐르면서 주는 피해입니다.

남한에는 화산재 섞인 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보다는 화산재가 일부 날아오는 정도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박 과장은 최근 괴담에 대해 "큰 위험성에 대한 대비는 중요하지만 낮은 확률로 벌어질 일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정부나 연구 기관에서 향후 백두산에 변화가 생긴다면 피해 줄일 수 있게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권 단장 역시 "동해의 화산재를 보면 946년 같은 백두산의 큰 분화 주기는 몇 만 년에 한 번으로 추정하기에 크게 폭발할 확률은 낮다고 본다"며 "언제 터질지는 예측이 어렵지만, 터지더라도 남한에서 화산에 대한 피해를 걱정해야 할 정도는 아니니 불안해하지 마시라"고 말했습니다.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