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과 권한 사이…캐스팅 둘러싼 잡음, 왜 계속 될까

캐스팅 과정에서 ‘갑질’ 또는 ‘월권’ 등으로 빈축을 사는 사례들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캐스팅, 또는 하차 통보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억울함을 남기는 일들이 잊힐만하면 다시금 생겨나고 있다.

최근 허정민이 KBS 주말드라마 캐스팅 과정에 대해 볼만을 표했다. 지난 16일 자신의 SNS에 “두 달 동안 준비했다. 근데 작가님께서 허정민 배우 싫다고 까버리시네? 얼굴도 못 뵀는데 왜. 제가 못생겨서인가요 싸가지가 없어서인가요 연기를 못하나요? 저의 준비 기간 2개월과 앞으로의 나날들은 어찌 됩니까”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한 것이다.

ⓒ뉴시스

 

‘#효심이네 각자도생' #KBS #주말드라마’라는 해시태그까지 덧붙이며 드라마 제목까지 공개했다. 하차 과정에서 작가가 개입해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강제 하차를 당했다는 한 배우의 주장에 네티즌들 역시 드라마 측의 ‘갑질’에 함께 분노를 표하기도 했다.

‘효심이네 각자도생’ 측은 이를 부인했다. 제작진은 “김형일 감독과 허정민이 지난 3월 말 단 한 차례 미팅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후 제작진 논의 결과 극 중 캐릭터와 배우의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2주 후인 지난 4월 중순 매니지먼트에 위와 같은 사실을 알렸다”며 작가가 캐스팅에 개입한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허정민 또한 “제작진 배우분들께 깊은 사과를 드린다. 내가 많이 모자랐다. 드라마의 성공을 기원하며 난 이만 물러나겠다. 제작진의 깊은 유감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한발 물러서며 이번 논란은 일단락이 됐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결국에는 허정민이 급히 마무리 지으려고 한 게 아니냐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것이 비단 이번 논란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허정민 역시도 해당 폭로에 대해 사과를 하면서도 10년 전 있었던 또 다른 캐스팅 갑질에 대해 폭로하며 문제 제기를 이어나갔다. 그는 KBS 드라마 미니시리즈에 캐스팅이 돼 대본 리딩실까지 갔지만, 드라마 제작 회사 대표가 자신과 동료 배우의 대본을 빼앗더니 ‘이건 너희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야. 나중에 잘돼서 다시 와’라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역할은 한 아이돌이 맡게 됐음을 추후 알게 됐다고도 말했다. 당시 함께 갑질을 당한 동료 배우는 고규필이었다는 사실을 밝히며 신빙성을 더하기도 했다.

앞서는 뮤지컬 배우 옥주현이 뮤지컬 ‘엘리자벳’의 캐스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배우 김호영이 자신의 SNS에 “아사리판은 옛말, 지금은 옥장판”이라는 글을 게재했는데, 일각에선 그간 두 번이나 엘리자벳 역할을 맡았던 김소현이 당시 공연에 제외되고 옥주현과 친분 있는 이지혜가 출연하게 된 상황을 저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당시 옥주현 또한 ‘엘리자벳’ 캐스팅에 관여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이 외에도 지난 2020년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가 캐스팅 갑질 의혹에 휩싸인 적도 있다. 당시 한 매체가 ‘더 킹: 영원의 군주’ 제작진이 한 배우를 캐스팅한 후 사전 논의 없이 그를 일방적으로 하차시켰다고 보도했고, 이에 드라마 측이 “대본 설정의 캐릭터 나이대가 고령으로 바뀌면서 최종 캐스팅이 불발됐다”, “캐스팅 불발 소식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캐스팅 디렉터의 연락이 늦어졌다. 그 바람에 배우 측 소속사와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하는 등 캐스팅을 둘러싼 잡음들이 꾸준히 발생 중이다.

다만 ‘캐스팅 관여’만으로 이를 ‘갑질’, ‘월권’으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하는 이들도 있다. 배우는 물론, 작가 등 드라마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의견을 내고 그 의견을 바탕으로 제작진이 결정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들은 드라마 준비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는 것.

특히 작품을 직접 집필하며 캐릭터를 탄생시킨 작가의 경우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기도, 또 그 의견을 중요하게 반영하기도 한다는 것. 한 드라마 PD는 “비단 스타작가들만 캐스팅에 관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작품에 대해 잘 아는 이들이 의견을 내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물론 감독이 아닌 한 구성원이 파워를 과시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으나, 의견을 내는 것 자체를 지적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그 과정에서 충분한 의사소통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허정민이 “세상이 변했다”라고 언급을 한 것처럼, 과거에는 여러 이해관계들이 얽혀 급하게 돌아가는 드라마 현장의 상황을 다수가 이해하고 넘어가곤 했지만, 지금은 더욱 철저하고 또 섬세한 과정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번 논란과는 별개로, 대본리딩까지 마치고도 하차를 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 많은 것들이 바뀌는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조, 단역을 향한 갑질이 과거에 비해선 줄었지만 그럼에도 충분한 소통 과정을 거치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러한 것들이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작품을 위한 결정이라도 하더라도 그 과정을 잘 거치는 것도 필요해진 것같다 ”고 말했다.

 

 

[데일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