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고급 빌라 수년째 미분양
가격 높고 세금 부담도 커
가격 상승 노리는 시행사도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고급빌라가 미분양 고민에 빠졌다. 유명 연예인들과 재벌가, 셀럽의 거주로 유명세를 치르는 단지들에서 마저 미분양 물건 등이 잔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자체가 워낙 고가인데다 세금, 관리비 등의 부담을 고려하면 서둘러 매각이 이뤄져야 하는데, 최근 고가의 아파트와 고급빌라들이 잇따라 시장에 나오면서 완판이 여의치 않다는 분석이다.
21일 부동산 업계와 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브르넨(BRUNNEN)청담’은 2019년 10월 준공됐지만 전체 8가구 중 절반인 4가구가 분양이 되지 않아 공급사인 주식회사 브루넨 대표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분양 당시 거래가를 보면 공급면적 208㎡이 41억원대로, 3.3㎡(평)당 분양가가 6500만원을 웃돈다. 현재 이 건물에서 가장 넓은 펜트하우스는 85억원에 주인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지하 3층~지상 7층, 1개 동 규모로 청담동에서 고급빌라가 밀집돼 있는 지역에 자리를 잡은 브르넨청담은 2021년 전세 신고가를 경신해 주목을 받았다. 펜트하우스인 전용면적 219.96㎡가 보증금 71억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한 이는 가수 세븐틴을 키워낸 하이브 레이블즈 한성수 플레디스 대표로 알려졌다. 또다른 펜트하우스 한 채는 배우 김태희의 남편인 가수 겸 배우 비(정지훈)가 지난해 6월 전세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태희-비 부부는 6년간 거주하던 이태원동 주택을 지난해 5월 85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이밖에 분양이 되지 않은 다른 호수는 주식회사 빅히트뮤직과 신세계인터네셔널 명의로 각각 60억원, 35억원에 전세 계약이 돼있다.
배우 장동건-고소영 부부의 보금자리이자 3년 연속 공동주택 공시가격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더펜트하우스청담(PH129)’도 여전히 미분양이 남아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129번지 엘루이 호텔 부지에 조성된 이 고급 빌라는 2020년부터 분양을 시작했지만 총 29가구 중 4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PH129 펜트하우스는 최초 공급 당시 분양가가 250억원이었고, 다른 층 주택 역시 분양가가 80억~120억원선으로 알려졌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르가든더메인한남’도 일부 호수가 분양이 되지 않은 채 아직 시행사 보유분으로 남아있다. 한남 고급 빌라촌인 유엔빌리지 인근에 위치한 이 고급 주택은 2019년 6월 지어졌으며 16가구 뿐이다. 부동산 침체기였던 지난해 5월과 6월 전용 225.41㎡과 전용 269.12㎡가 나란히 90억원에 거래돼 화제가 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시행사가 추후 부동산 가치가 올라갈 것을 예상하고, 분양을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가수 BTS 등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급빌라 ‘나인원한남’의 경우 시행사 측에서 펜트하우스를 보유하고 있자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나인원한남 펜트하우스는 최초 분양가가 164억원 가량이었는데 현 시세는 2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고급빌라 중개 컨설팅 관계자는 “고급 빌라는 접근성이 낮아 빠르게 분양되기 어렵다. 오히려 고급빌라가 많이 생겨난 만큼 경쟁력 갖추기가 쉽지 않아 주변인을 동원해 분양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다”며 “아직 분양이 완전히 되지 않았는데도 ‘완판’이라고 홍보하는 경우도 다수”라면서 “시행사가 시세 차익을 기대해 분양하지 않을 수 있으나 비용을 고려하면 일반적이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