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전쟁서 다리 잃은 베테랑
"장애 인식 바꾸고 영감 줄 것"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두 다리를 잃은 네팔 출신 영국 '구르카' 부대 베테랑이 에베레스트산 등반에 성공했다. 그는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산행을 택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영국 공영 BBC 방송은 영국 육군 구르카 부대 출신 베테랑인 하리 부다 마가르의 에베레스트산 정복을 상세히 보도했다. 두 다리 대신 의족을 착용한 그는 지난 6일 베이스캠프에서 등반을 시작했고, 지난 19일 오후 3시께 정상에 올랐다.
마가르는 영국 육군의 정예 구르카 연대(Gurkha regiment) 출신이다. 구르카는 원래 네팔에서 고용된 용병들로, 19세기부터 영국군이 애용해 왔다. 1·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영국군의 편에서 싸우며 맹활약했으며, 영국군은 현재 공식적으로 구르카 연대를 외인부대로 편성해 운용하고 있다.
마가르는 1999년 영국군 구르카 연대에 입대했다. 그는 2010년 아프가니스탄 전선에 투입됐는데, 이때 급조폭발물(IED) 공격으로 두 다리를 잃는 비극을 겪어야만 했다.
에베레스트산을 등반하는 하리 부다 마가르 [이미지출처=인스타그램]
하지만 이후 "내가 죽을 운명이 아니라면 이 세상 어디에서도 죽지 않을 것"이라며 결심하게 됐고, 군복무 대신 산행에 열정을 불태우기로 했다.
마가르는 에베레스트산 등정을 목표로 삼게 됐다. 그러나 그의 장애가 첫 난관이 됐다. 네팔 정부는 2017년 말 사망 사고를 줄이기 위해 산악규정을 개정, 두 다리가 없는 장애인, 시각장애인 등의 에베레스트 등정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이후 마가르는 장애인 에베레스트산 등정 금지령을 폐기하기 위해 투쟁에 나섰다. 결국 2018년 네팔 대법원은 네팔 정부의 산악 규정 변경이 차별적이라는 청원을 받아들여 금지령을 취소했다.
지난 4월3일 하리 부다 마가르(43)가 에베레스트 등정을 앞두고 기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악천후도 발목을 잡았다. 그가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뒤로 에베레스트산 인근에 극한의 추위가 지속돼, 날씨가 풀릴 때까지 18일을 대기했다. 또 고생 끝에 정상에 오른 후엔 다시 기후가 나빠져 몇 분만에 다시 발걸음을 옮겨야만 했다.
다만 전 구르카 부대 겸 영국 특수부대 출신인 크리쉬 타파 산악대장 및 팀원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등반을 마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그는 BBC에 "상황이 힘들어졌을 때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은 모두 날 도와줬다"라며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마가르가 에베레스트산 등정을 결심한 이유는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함이다. 그는 "나의 가장 큰 목표는 장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라며 "당신의 꿈이 얼마나 큰지, 장애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아무 문제도 아니다. 올바른 마음가짐만 가지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