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정상회의’ 개최 추진
2023년 5월 30일 드론공격을 받은 모스크바의 한 아파트 건물에서 전문가가 파손된 외관을 조사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뒤 수도 키이우 일대에 최대 규모 드론 공습을 가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일각에서 종전 추진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정부와 유럽 각국 외교관을 인용해 오는 7월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북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각국 지도자가 참여하는 ‘우크라이나 평화 정상회의’를 열고 종전안을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이 회의를 주재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철군을 전제로 우크라이나 영토 회복과 전쟁범죄 처벌, 러시아가 위협한 식량 안보 회복 등의 내용을 담은 종전안을 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
2023년 5월 30일 모스크바 남서부의 한 아파트가 드론 공격을 받은 가운데 아파트앞 도로위에 드론 파이 떨어져 있다./TASS 연합뉴스
이 회의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NATO 회원국 정상들이 초청될 예정이다. 러시아는 초청 대상이 아니지만,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중국 등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 우호적이거나 중립적이었던 국가들이 초청 대상에 올라 참석 여부를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2014년 무력 병합한 크림반도를 포함한 모든 점령지에서 철수할 것을 종전의 전제조건으로 달고 있기 때문에, 협상에 따른 종전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는 관측이다.
우크라이나 정부 인사들은 군사적 승리에 따른 종전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핵심 참모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이날 CNN에 “포탄·드론·미사일 등 필요한 물자의 대량 납품이 적시에 이뤄진다면, 올해 전쟁이 끝날 수 있다”며 “시간이 걸리고 복잡하겠지만 (대반격은)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전후(戰後) 조치로 6·25 전쟁 정전 뒤 설정된 비무장지대(DMZ)를 제시하기도 했다. 포돌랴크 고문은 “전후 체제의 핵심적 주제는 미래의 (러시아 측) 공격 재발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돼야 한다”면서 “100~200㎞ (폭의) DMZ 설치가 의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의 키이우 드론 공습 후 모스크바도 드론 공격을 받은 것과 관련해 우크라이나를 강력 비난했다. 푸틴은 “이번 모스크바 드론 공습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겁주고 도발하려는 것”이라면서 “러시아 시민을 위협하고 주거 건물을 공격한 것은 명백한 테러 행위”라고 했다. 모스크바 드론 공습에 대해 러시아 정부와 군은 우크라이나가 주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일축하면서도 “우리는 직접 연관되지 않았다”고 밝히는 등 적극 부인은 하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