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소성욱·김용민씨 ‘건보 피부양 자격 승소’ 그 후 100일

“대법 판결 남았지만 소중한 승리…법으로 보호받는 날 올 거라 믿어
성소수자로서의 일상 더 많이 드러내면 사회의 거부감도 줄어들 것”
 

지난 2월 동성커플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달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김용민씨(오른쪽)와 소성욱씨가 항소심 판결 100일을 앞둔 지난달 26일 서울 자택에서 인터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email protected]

소성욱씨(32)와 김용민씨(33)는 지난달 25일 네 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았다. 기념일 자정에는 함께 와인잔을 기울였고 방 한편은 두 사람의 사진으로 채웠다. 둘의 보금자리에는 “예쁘게 살아! 항상 행복하길” 같은 응원 문구가 가득 적힌 무지개색 깃발이 걸렸다. 두 사람이 2019년 5월 결혼식 방명록으로 썼던 깃발이다.

5년차 부부지만 동성이라는 이유로 이들은 부부로서 법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다.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은커녕 서로가 아플 때 병원에서 보호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어렵다. 국가는 부부로서 살아가는 이들을 온전하게 인정한 적이 없다.

지난달 31일, 부부가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한 지 100일이 됐다. 동성커플에게도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최초의 판결이었다.

김씨는 2020년 건보공단 홈페이지에 동성부부라 법적 결혼은 못했지만 사실혼 관계로 피부양자 등록이 가능한지 물었다.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자격확인서에도 소씨 이름 옆에 ‘배우자’라고 적혀 있었다. 정부기관에서 둘의 관계를 인정받은 첫 경험이었다.

두 사람의 기쁨은 8개월 만에 사라졌다. 이들의 사연이 보도된 지 2시간 만에 건보공단은 소씨의 피부양자 자격을 취소했다. “한순간에 관계가 부정당한 기분이었고, 권리를 빼앗긴 것 같았어요.” 김씨와 소씨가 소송을 결심한 이유였다.

3개월 전 2심 재판부는 “건보공단의 처분이 건강보험법상 평등의 원칙을 위반했다”며 1심 결과를 뒤집었다. 재판부는 이성 관계의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 관계인 동성결합 상대방을 달리 취급하는 것은 차별대우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승소가 곧 동성혼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의 생활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건보공단이 상고를 제기해 대법원 판결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지난 3개월은 두 사람에게 특별했다. “ ‘한국도 바뀔 수 있구나, 변하고 있구나’를 느낀 100일이었어요.” 법원이라는 공적 기관에서 둘의 존재와 관계를 인정한 첫 결과였다.

이들의 승소는 이들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니다. 소씨는 “승소했을 때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동료가 ‘법원이 성소수자인 나를 확인해준 날’이라고 말하더라”고 했다. 두 사람은 승소 이후 축하 인사만큼 ‘고맙다’는 인사를 들었다. “평등을 바라는 모든 이가 같이 기뻐할 수 있는 걸음을 내디딘 것 같아요.” 둘만의 것이 아니었기에 기쁨은 더 크고 오래갔다.

소중한 승리였지만, 큰 변화로 이어지진 않았다. 동료 성소수자들이 낙담하는 건 아닐까 우려도 들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세상의 변화를 확신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동성결혼 법제화 찬성 여론은 40%에 달했다. 직전 조사인 2021년과 비교하면 2%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2017년부터 찬성 의견은 꾸준히 늘고 있다.

더 많은 변화를 도모하고자 이들은 자신들의 삶을 드러내려 한다. 소씨는 “버스에서든 장 보러 간 마트에서든 성소수자가 나와 같이 일상을 보내고 있을 수 있다는 상상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활동가로 일하며 매번 언론 인터뷰에 응하는 이유도 ‘평범하게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김씨는 “주변에 성소수자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모를 뿐”이라며 “성소수자들이 가정을 이루고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을 더 많이 드러내려 한다”고 말했다.

성소수자를 억압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최근 서울광장에서 예정된 퀴어퍼레이드가 불허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고등학생 때부터 매년 퍼레이드에 참여했던 소씨는 “(퍼레이드는)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자유로운 날”이라며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서울시의 태도를 억압이라고 느낄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가 다수가 아니며 오히려 과대 대표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 발언이나 인터넷 댓글로 두드러질 뿐, 일상에서 만나는 혐오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김씨는 “사람들이 막연히 낯선 존재에 느끼는 거부감은 성소수자의 삶을 더 많이 보여줌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혼인 평등을 위한 민법·모자보건법 개정안과 생활동반자법 제정안 등 가족구성권 3법을 대표발의했다. 소씨·김씨 부부처럼 동성결혼을 했거나, 비혼·동거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으로 묶인 이들을 법 테두리 안에서 보호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다. 두 사람은 법안 발의 기자회견에서 “사법부에서 먼저 평등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며 “이제 정치가 변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평등을 향해 나아간 지난 100일처럼, 두 사람은 자신과 동료들이 ‘법으로 보호받는’ 그날도 곧 올 것이라 믿고 있다.

 

 

경향신문


  1. “하객 명단 스케일이...” 전세계 VIP 총출동시킨 요르단 왕세자의 ‘역대급 결혼식’
    요르단 왕세자 결혼 요르단의 알 후세인 빈 압둘라 왕세자가 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유력 가문의 여성과 백년가약을 맺으며 중동에서 ‘역대급 결혼식’이 열렸다. 요르단의 하심왕가 공보실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암만의 자흐란 궁전에서 후세인 왕세자...
    등록일: 2023.06.02     글쓴이: 민들레     조회수: 13
    Read More
  2. 요르단왕세자, 사우디 여성건축가와 역대급 화려한 결혼식
    하심왕가의 후세인왕세자, 사우디 명문가 딸과 결혼 질 바이든여사, 윌리엄 英왕세자등 전세계 하객 참석 자원빈국 요르단과 산유국 사우디의 결합에도 주목 [암만(요르단)=AP/뉴시스]1일 결혼식을 마친 요르단의 후세인 왕세자와 사우디 아라비아의 신부 알세...
    등록일: 2023.06.02     글쓴이: 민들레     조회수: 16
    Read More
  3. 키이우 도로 한복판 차량 옆에 떨어지는 러 미사일 ‘아찔 순간’[영상]
    지난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의 유튜브 채널 등 SNS에 게시된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주행 중이던 차량의 블랙박스 촬영 영상. 도로 한 가운데로 러시아의 미사일(붉은 원)이 꽂히고 있다. 트위터 캡처지난달 28~29일 러가 키이우 공습할 당시 민간차량 스치...
    등록일: 2023.06.02     글쓴이: 민들레     조회수: 8
    Read More
  4. “동성부부 인정 첫발…한국도 변하고 있구나 느껴요”
    소성욱·김용민씨 ‘건보 피부양 자격 승소’ 그 후 100일 “대법 판결 남았지만 소중한 승리…법으로 보호받는 날 올 거라 믿어성소수자로서의 일상 더 많이 드러내면 사회의 거부감도 줄어들 것” 지난 2월 동성커플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달라며 국민...
    등록일: 2023.06.02     글쓴이: 민들레     조회수: 19
    Read More
  5. 독감걸린 9살 아이에게 초코아이스크림·게임처방 브라질 의사…결국 해고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음. 게티이미지뱅크응급보건소 의사 측 "감기 심하지 않아 아이스크림 처방" 지역의학위원회 "처방 내용 정확히 설명하지 않아" 해고 브라질 응급 보건소에서 환자에게 아이스크림과 핸드폰 게임을 처방한 의사가 해고됐다고 브라...
    등록일: 2023.06.02     글쓴이: 민들레     조회수: 6
    Read More
  6. 저출산 日 사활 건 대책..."만 18세까지 돈 줄게"
    日정부, 저출산 대책에 연 35조원 예산 투입…고교생도 아동수당 일본 정부가 3년 동안 집중적으로 추진하는 저출산 대책인 '가속화 계획'에 연간 3조5천억엔(약 35조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또 아동수당의 소득 제한을 철폐하고 대상을 고등학...
    등록일: 2023.06.02     글쓴이: 민들레     조회수: 3
    Read More
  7. 카타르 해역에 빠진 한국인, 24시간만에 극적 구조
    현지언론 ‘더페닌슬라’(The Peninsula) 캡처 카타르 해역을 지나던 선박에서 바다에 빠진 한국인이 카타르 당국에 의해 24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31일(현지시간) 카타르 내무부와 현지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지난 23일 밤 카타르의 ...
    등록일: 2023.06.01     글쓴이: 민들레     조회수: 20
    Read More
  8. “담배 한모금마다 독”…캐나다, 세계 최초로 한개비씩 경고문
    캐나다에서 판매될 담배 이미지. 캐나다 보건부 홈페이지 캡처 게티이미지 뱅크 ‘담배 연기는 어린이들에게 해롭습니다’ ‘담배는 백혈병을 유발합니다’ ‘한모금마다 독이 들어있습니다’ 캐나다 보건당국이 담배 개비마다 이런 내용의 영어·프랑스어 경고 문구...
    등록일: 2023.06.01     글쓴이: 민들레     조회수: 22
    Read More
  9. 대반격 앞둔 우크라이나, 일각선 종전 분위기 띄워
    ‘평화 정상회의’ 개최 추진 2023년 5월 30일 드론공격을 받은 모스크바의 한 아파트 건물에서 전문가가 파손된 외관을 조사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뒤 수도 키이우 일대에 최대 규모 드론 공습을 가하는 등 긴장이 고조...
    등록일: 2023.06.01     글쓴이: 민들레     조회수: 10
    Read More
  10. “걸을 수 있다면 월 420만원”...전쟁 참가자 모으는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투 지원 인력을 모집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30일(현지시간) 폴리티코는 정부와 기업의 거짓정보대응 서비스를 제공하...
    등록일: 2023.06.01     글쓴이: 민들레     조회수: 1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56 257 258 259 260 261 262 263 264 265 ... 424 Next
/ 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