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청년이 일본을 뒤흔들었다. 일본 아사히신문, NHK 등 언론들은 2일 일제히 후지이 소타(藤井聡太)가 역대 최연소로 장기 ‘명인(名人)’ 타이틀을 확보하며 7관왕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일본 프로 장기 세계에서 최연소 7관왕에 오른 후지이 소타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미있는 장기 둘 수 있도록”
일본 프로 장기 시합은 모두 8개 타이틀로 이뤄져 있는데 지금껏 전 타이틀을 제패한 프로 장기 기사는 없다. 후지이는 지난 1일 밤 나가노(長野) 현에서 열린 메이진(명인)전에서 우승하면서 8관왕에 한발짝 가까운 7관왕 자리에 올랐다. 역대 두 번째 7관왕이지만 일본 언론은 후지이의 ‘최연소’ 기록에 주목하며 8관왕 석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기존 7관왕 최연소 기록은 21세 2개월. 후지이가 7관왕 자리에 오른 건 이보다 약 4개월 앞선 20세 10개월이기 때문이다. 일본 마이니치신문 등은 40년 만에 최연소 7관왕 기록이 바뀌자 호외를 뿌리기도 했다.
후지이는 2일 기자회견에서 “명인은 에도시대부터 이어진 칭호로 정점에 선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겁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기술을 높여 더 재미있는 장기를 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후지이 소타. 사진 일본장기연맹 홈페이지
‘천재’라 불린 소년…최연소 7관왕의 등장
후지이는 침체했던 일본 장기에 대한 관심을 다시 일으킨 주역으로 꼽힌다. 높은 인기 배경으론 후지이의 신기에 가까운 기록이 있다.
일본 아이치(愛知)현 세토(瀬戸)시 출신으로 5살이던 여름 외조부로부터 장기를 처음 배웠다. 빠르게 장기 규칙을 외웠는데 그해 가을 외조부는 후지이의 상대가 되질 못 해 장기 교실에 등록했다. 승부욕이 강해 시합에 지면 펑펑 울었던 것으로 유명했다. 중학교 2학년에 프로 기사로 데뷔해 각종 최연소 타이틀을 갈아치웠다.
장기 연습을 위해 직접 PC를 조립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9연승(2017년)이란 신기록으로 일본에선 장기 용품이 품절될 정도로 ‘후지이 붐’이 일기도 했다. 일본 언론에선 이 천재 소년에 대한 다큐멘터리 등을 제작해 보도할 정도였다.
일본 언론들은 2일 후지이 소타 기사의 최연소 7관왕 제패 소식을 일제히 1면에 실었다. 사진 김현예
일본 언론 “사상 최초 8관왕만 남았다”
일본 언론들은 후지이가 남은 한 개의 타이틀인 오자(王座)전까지 석권하면 그간 아무도 이루지 못했던 사상 첫 8관왕이 탄생한다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8관왕 석권은 간단치는 않다. 명인만 하더라도 타이틀을 거머쥐는데 최소 5년이 걸리는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순위전을 거쳐야 하고, 승급은 1년에 한 번만 가능하다. 승급해서 도전권을 갖게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5년. 이 때문에 후지이도 승리 직후 “전혀 실감이 안 난다. 어릴 때부터 명인이란 말에 동경해와 감회가 새롭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후지이의 8관왕 제패는 간단치만은 않다. 한 개 타이틀을 석권해도 매년 방어전을 치러 타이틀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후지이는 마지막 남은 타이틀 도전자 결정을 위한 토너먼트 2회전에 진출한 상태다. 일본 언론들은 최근 기세라면 이르면 올 가을 사상 첫 8관왕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7세 나이로 첫 1관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후지이는 이 8관왕 석권에 대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지만 목표로 할 수 있다는 것, 그런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