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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과외앱 통해 범행 대상 물색
10개 앱 중 4곳은 연락처도 노출
“중요 정보 선택사항으로 바꿔야”
정 “당시 제정신 아니었던것 같다”

 

마스크로 눈까지 가려… 신상공개 무색 지난달 26일 과외 중개 앱으로 만난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정유정이 2일 검찰 송치를 위해 부산 동래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이날 정유정은 검은색 벙거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카메라 앞에 서 신상 공개 결정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산=뉴시스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대에 다니는 김모 씨(25·여)는 2일 스마트폰에서 과외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을 삭제했다. 또래 20대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수감 중·사진)이 과외 중개 앱을 통해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을 알고 나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앱을 통하면 과외 구하기 쉽다는 말을 듣고 몇 개월 전에 가입했는데 정유정이 내 정보를 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고 했다. 정유정은 2일 검찰 송치를 위해 부산 동래경찰서를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유족에게 죄송하다”며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 과외 중개 앱 탈퇴 움직임 확산


정유정의 엽기적인 범행 수법이 드러나면서 대학가에 여대생들을 중심으로 과외 중개 앱을 탈퇴하는 ‘엑소더스(대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정유정이 사용한 과외 중개 앱에는 과외교사가 약 45만 명, 학생 및 학부모 회원이 약 120만 명 가입돼 있다. 한국외대 재학생 박모 씨(21·여)는 “알고 보니 저는 물론 친구 대부분이 정유정이 사용했던 과외 중개 앱에 가입돼 있더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상당수가 중개 앱 이용을 중단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과외 중개 앱 대부분은 과외교사로 등록할 때 얼굴 사진과 학교, 거주지역 등을 등록하게 한다. 정유정이 사용한 중개 앱의 경우 학생증 등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도 올리라고 한다. 학생 또는 학부모 회원으로 등록하면 이들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전화번호도 쉽게 얻을 수 있다. 동아일보가 과외 중개 앱 및 사이트 10곳을 확인한 결과 4곳은 학생이나 학부모 회원으로 가입하면 클릭 몇 번으로 5, 10분 내에 과외교사의 개인 연락처를 확인할 수 있었다. 1곳은 전화번호가 기재돼 있지 않았지만 통화 버튼을 누르면 곧바로 과외교사에게 연결됐다.

나머지 5곳은 과외 신청을 하거나 채팅 상담 요청을 하면 과외교사가 메시지나 전화로 답하는 방식이었다. 이 중 한 서비스에 동아일보 기자가 정유정이 했던 것처럼 ‘중학생 3학년 여학생 영어 과외를 원하는 학부모’로 가입하자 1분도 안 돼 “상담해 드릴 수 있다. 전화상담 지금 가능하시냐”는 과외교사의 메시지가 왔다.
 

● 중년 남성으로부터 ‘만나자’ 연락도



과외 중개 앱이 성범죄 등의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는 예전부터 제기돼 왔다.

경기 성남에서 중개 앱으로 과외를 여러 번 구했다는 박모 씨(27·여)는 “취업을 위해 찍은 프로필 사진을 올렸는데, 받은 연락 10개 중 1, 2개는 과외와 상관없이 중년 남성이 ‘만나자’고 연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번은 ‘과외는 관심 없고 대화만 하면 된다. 원하는 금액을 주겠다’는 메시지도 받았다”고 했다. 일본어 과외를 해줄 수 있다고 올린 정모 씨(24·여)는 “일본어 자격증을 따고 싶다는 30대 초반 남성을 만났는데 첫 만남에서 일본어 얘기는 안 하고 ‘사진이랑 실물이 똑같다’는 식의 말만 해 도망쳤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과외 등을 중개하는 앱의 경우 신상정보 노출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개인정보전문가협회장)는 “일부 앱에서 필수사항으로 돼 있는 전화번호 등 중요 정보는 선택사항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며 “상대 이용자에게 신상정보를 그대로 제공하지 않고 앱 업체 선에서 과외교사를 인증해 인증마크를 달아주는 방식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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