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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프레소-82] 영화 ‘매그놀리아’
 

‘펀치 드렁크 러브’, ‘마스터’에 이어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영화를 연속으로 리뷰합니다.

*주의: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프랭크(톰 크루즈)는 잘 나가는 데이트 코치다. ‘유혹해서 파멸시켜라’를 주제로 진행되는 그의 강연은 청중으로 북새통이다. 번번이 퇴짜 맞는 남성들에게 그는 여성을 정복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감 없이 쭈뼛대서는 여성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조언이다.
 

프랭크가 자신을 버린 아버지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 제공=뉴라인시네마]

 

그런 프랭크에게 어느 날 전화가 한 통 걸려 온다. 위독한 아버지가 자신을 찾는다는 전화다. 과거 프랭크의 아버지는 투병 중인 엄마를 버리고 떠나 잠적해버렸다. 엄마의 간병은 청소년이었던 프랭크 몫이었다. 혼자 힘으로 성공한 그는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아버지를 찾아갈 것인가.
 

프랭크는 강연 도중 여성 비하 발언을 일삼는다. 그렇게 하는 것이 많은 청중을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사진 제공=뉴라인시네마]

 

엄마를 지극정성 돌보던 그 남자, 커서는 여성혐오 발언 일삼아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53)의 ‘매그놀리아’(1999)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초기작에 속한다. 그가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이 최근 작품보다 ‘날것’의 형태로 담겼다. 그는 이 영화에 어린 시절의 상처로 고통받는 여러 인물과, 반대로 어린이들에게 상처를 준 다양한 사람의 얼굴을 담는다. 이 작품 속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받은 상처는 한 사람을 평생 쫓아다니며, 또 그가 다른 어린 영혼에 상처를 주도록 만들기도 한다.
 

누구보다도 당당한 자세로 대중 앞에 서지만 사실 그의 내면은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위태롭다. [사진 제공=뉴라인시네마]

 

프랭크도 그중 하나다. 그는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과거를 잊기 위해 이름을 바꾸고 학력을 위조하고 가족관계를 속였다. 남성(아버지)에게 상처받고 여성(어머니)을 돌봤던 그가 여성 혐오 발언을 일삼는 어른이 된 건 다소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여성에게 헌신했던 옛일마저도 전혀 없었던 것으로 묻어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작업이었는지도 모른다.
 

프랭크는 인터뷰 도중 당황한다.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기자 앞에서 그는 돌연 입을 닫아버린다. [사진 제공=뉴라인시네마]

 

영화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상처를 삭제해버리는 것이 불가능함을 보여준다. 프랭크를 인터뷰하던 한 여성 기자는 그가 과거에 대해 거짓말했음을 지적한다. 인정하거나, 또다시 거짓말로 둘러댈 수 있었을 텐데 그는 긍정도 부정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로 인터뷰 시간을 날려버린다. 그 자리를 바로 뜨지 않았던 건 아마도 남 앞에서, 특히 자신이 낮잡아 보는 여성 앞에서 약한 모습을 노출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프랭크의 강연을 듣고 얼마나 많은 남성이 데이트에 성공했을까. 남성우월주의 시선을 담은 그의 강연이 데이트 성공 확률을 실제 높여주는지는 모르겠지만, 데이트 실패 이후에 정신승리 할 수 있는 근거는 마련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열등한 존재가 더 우월한 존재를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라고 자위하는 것이다. [사진 제공=뉴라인시네마]

 

때로 상처를 묻어두고 사는 것은 개인의 내면을 피폐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프랭크는 남성우월주의 시선이 깔린 강연으로 인기를 끌면서, 세상에 왜곡된 성 관념이 퍼지게 한다. 이를테면, 그의 강연을 들은 남성이 데이트에 실패할지라도 여성혐오적인 생각을 더 키울 가능성이 있다. 더 열등한 존재가 자신의 우월함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자위하는 것이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은 프랭크는 그를 찾아간다. 특징적인 건 크게 오래 고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로부터 그토록 도망치려 했으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아버지와 재회하는 순간을 고대했던 것이다. 그는 아버지에게 “그냥 이렇게 죽어버려라. 무지하게 아프길 바란다”고 원망의 말을 쏟아놓다가 끝내는 “죽지 말라”고 얘기한다. 그는 아버지와 관계를 회복할 기회가 필요했던 것이다.
 

등장인물은 누군가에겐 가해자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피해자이기도 하다. 프랭크 아버지의 새 부인(왼쪽)은 그를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돈 때문에 결혼했다. 남편이 죽을 때가 돼서야 사랑하게 된 그녀는 자신의 진실하지 못한 결혼생활을 후회한다. [사진 제공=뉴라인시네마]

 

피해자가 되기도, 가해자가 되기도 하는 인생

 

영화에는 프랭크 외에도 과거의 아픔에서 달아나려는 인물들이 나온다. 이들의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엮으면서도 억지스럽지 않게 전달하는 데서 감독의 스토리텔링 재능이 돋보인다. 소년 퀴즈왕으로 어른들의 기쁨이 됐으나 정작 자신은 한 번도 행복한 적 없었던 남성의 이야기, 아버지에게 성추행당했던 기억을 잊으려 늘 마약을 찾는 여성의 고백, 나이 든 남편의 돈을 보고 결혼했으나 정작 남편이 죽을 때가 돼서야 그를 사랑했음을 알게 된 부인의 후회가 하나의 매듭으로 연결된다. 187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촘촘하게 사용하며 흡인력을 높였다.
 

이 영화에는 정말 다양한 인물이 나온다. 러닝타임도 187분에 이른다. 수많은 캐릭터의 이야기를 한 맥락으로 엮는 감독의 내공이 느껴진다. [사진 제공=뉴라인시네마]

 

과거를 잊으려고만 해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전달된다. 어른들의 정서적 학대에 고통받던 소년이, 또 누군가를 아프게 하는 어른이 되는 비극을 마치 계절의 순환처럼 그렸다. 이건 고통스럽더라도 옛 생채기를 직면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작품이다. 그건 스스로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 상처 때문에 또다시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우리는 과거를 잊지만, 과거는 우리를 잊지 않는다”는 대사가 관객 마음에 울림을 준다.
 

‘매그놀리아’ 포스터. [사진 제공=뉴라인시네마]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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